하지만 한단계 더 높은 도약을 위해서는 달라져야 한다. 이제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세계는 이미 요소경제 효율성에서 창조성을 기반으로 한 혁신경제로 바뀌고 있다.
이미 선진국이 서비스 경제로 전환(선진국70%, 한국은 50%대)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계경제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으며, 혁신과 창조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달라진 경제구조는 사회 전반의 가치에 대한 변화를 강력히 요구한다. 지난날 요소경제가 중시되던 시절 효율적으로 평가받던 사회시스템들은 이제 의미를 잃고 있으며, 달라진 경제 시스템에 걸맞은 새로운 가치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우리사회도 이제 달라져야 하며, 지난 대통령의 발언 이후 ‘공정한 사회’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경제는 이미 요소경제의 강화만으로는 더 이상 추동력을 발휘하기 어려우며, 제도의 경쟁력 강화, 닫힌 조직의 개방, 정부 2.0 등을 기본 전략으로 한 사회전반에 걸친 공정에 대한 합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앞당기기 위한 발판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공정한 사회가 전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애로 해결 앞장.. 지난해 1,250여건 처리
그렇다면 공정한 사회란 어떤 사회일까. 지난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일부 거론 됐지만 올바른 게임의 룰(원칙의 공정성). 투명한 게임 집행(절차의 공정성). 약자에 대한 선순환적 배려(결과의 공정성) 등 3대 공정성 원칙이 확보되어져야 하며, 이들 원칙들이 반복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확산될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공정한 사회의 실현을 위해서는 사회전반에 철학적인 가치 정립에 이어 다양한 실천과제들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갈길이 바쁜 만큼 철학적 논쟁은 장기적 과제로 돌리고 실천적인 과제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원칙의 공정성(공정거래확립, 플랫폼 개방, 규제 개혁, 교육개혁), 절차의 공정성(정부2.0, 개방 조직, 투명인사, 투명과세), 결과의 공정성(사회적 가치 교환, 자영업 강화, P2P금융, 벤처 재도전) 등 12가지 과제를 우선 실천과제로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해 기업호민관 제도가 도입된 것도 바로 이런 공정한 사회를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기업호민관실의 대부분의 업무는 공정사회 정립을 앞당길 이같은 원칙들의 실현을 위한 것들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기업호민관은 로마시대의 호민관에서 유례 됐다.
호민이란 말 그대로 백성을 보호한다는 뜻이다. 유럽의 로마시대 때 원로원에 집정관이 있었지만 민중의 의견을 잘 듣지 않거나 민중을 보호하지 않으니까 평민회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뽑은 사람이 바로 호민관이다.
이런 호민관 앞에 기업이 붙었으니 기업인들을 보호하는 사람이란 의미가 되겠다. 이런 제도는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되어 있다.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 애로 해소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호민관실은 지난 1년간 1,250여건의 애로 사항을 접수해 처리하는 등 기업을 위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민원인 보호제도다. 이는 규제가 불합리하다고 민원을 냈다가 정부로부터 오히려 보복을 당하는 사례를 막아주자는 것으로, 부처간 합의에 이어 중소기업기본법에 보복 금지 원칙을 명시하는 구체적 성과를 거뒀다. 전자 금융거래 시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해 중소 쇼핑몰, 벤처기업, 모바일 사업자에게 큰 부담이 됐던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화 규제 개선도 빼 놓을 수 없다. 이는 이젠 공인인증서뿐 아니라 다양한 인증 기술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최근에는 대ㆍ중소 기업간 공정거래 확립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고착화해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었지만 조금씩 해결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언론의 도움도 컸다.
최근 한국일보가 이 문제를 연속 기획기사로 다루하면서 다른 언론들도 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고,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국무회의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의 시정을 지시하게 됐다.
이처럼 문제의식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기업호민관실의 역할은 대안을 제시하고, 토론 과정을 거쳐 정책으로 입안이 되도록 하는 것으로, 이미 20여개의 대안을 제시한 상태다. 물론 기업호민관실 혼자 힘으로는 대ㆍ중소 기업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대ㆍ중소 기업간 불공정 거래 등의 상당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다뤄야 하는 만큼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이런 부분에 대해 깊이 있게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중소벤처 혁신역량 북돋워야 대기업도 살아
대기업에 대해 법률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개선을 위해서는 ‘기업협력평가지수’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들과 얼마나 협력하고 있는가를 지수로 측정하겠다는 것으로, 예를 들어 기업이 얼마나 합리적인 원가 협의를 했는가, 기업이 어떤 발주 시스템을 갖췄는가, 기업의 불합리한 조치에 대해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내부 비보복 지침이 있는가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호민인덱스’라고 이름 붙인 이 기업협력평가지수를 올해 안에 3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앞으로도 반기마다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최근 많이 사라져버린 기업가 정신에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우리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혁신을 일으키는 기업가가 많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은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중소기업이 담당한다. 반면 후진국은 중소기업의 GDP 분담률이 40% 이하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GDP의 46% 정도를 중소기업이 맡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혁신 기업이 많이 생기게 하려면 우선 연대보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실패한 기업가들이 재도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연구결과 연대보증 제도를 통해 2,000억원 정도의 채권이 회수되지만 이 때문에 재창업 의지가 꺾이며 결국 5조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대보증으로 회수되는 약 0.3%의 금액을 차라리 추가 금리로 받는 것으로 대신하고, 보증은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단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이런 방안을 시범 실시하고 결과가 좋으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전체 금융기관으로 차차 확대해나갈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인의 재기를 막는 통합도산법의 폐지, 신기술의 품목 허가제도 속도 개선, 1인 창조기업의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해 다양한 혁신 기업들이 나오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외 벤처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들도 생각해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초기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 투자자들이 중간 회수를 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인수ㆍ합병(M&A) 시장이 활성화해 있어 5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90%이상 투자금을 회수하지만 우리나라는 10%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M&A거래소를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진정한 협력이다. 대기업은 세계시장 접근성이 좋고, 중소기업은 혁신 기술 확보에 능하다. 따라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손을 잡고 세계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중소기업의 건강한 생태계는 21세기 선진 한국의 근간이다. 마르코 이안시티 하버드대 교수의 말대로 이미 세계는 개별 기업간의 경쟁에서 기업 생태계간의 경쟁으로 전환하고 있다.
중소벤처의 혁신역량과 대기업의 글로벌 마케팅 역량이 효과적으로 결합된 국가가 지식ㆍ창조 경제의 강자가 된다. 대기업의 몫을 중소기업으로 이전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중소벤처의 혁신역량을 북돋워야 대기업의 경쟁력도 더 커진다는 '플러스섬 게임'인 것이다.
이같은 다양한 노력들은 이러한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업호민관으로서 주어진 책무와 역할을 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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