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라는 중책을 마치고 돌아와 한국시장경제포럼 여러 회원님들을 다시 뵙게 되니 참으로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경제부총리 시절을 시작으로 그동안 수차례 모임에 참석해 고견을 듣다보니 이젠 여러분 모두가 멘토요 친구라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많은 조언 당부 드리고 싶다.

돌이켜보면 주미 대사라는 직책이 상당한 부담이기도 했지만 이번 정부들어 조성된 원활한 한미관계를 바탕으로 역대 주미 대사 가운데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가졌던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재임 기간중 한미 FTA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것은 큰 보람이었다. 한미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국내 정책담당자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해결을 위해 미국도 최대한 노력했으며, 이같은 미국 정부의 성실한 태도는 FTA 추진 과정에서 형성된 미국 당국자들과의 개인적인 관계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한미 FTA는 수출을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온 우리에게는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절대 과제였다.
이는 최근의 불안한 세계경제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분명히 들어난다. 세계경제의 현실을 살펴보면 선진국의 경우 심각해지고 있는 재정불안으로 경제성장이 저하되고 있으며, 신흥국의 성장세 또한 둔화되면서 세계경제의 회복세는 당분간 기대하기가 어렵다.

세계교역량 증가율 또한 3%대, 선진국의 수출 증가율은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대내외 경기부진을 극복하고 우리경제의 성장 및 무역확대를 위해서는 FTA 활용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특히 중국과 더불어 우리에게 가장 큰 시장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과의 FTA는 한국경제에 상당한 성장유발효과 및 고용창출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인 만큼 더더욱 시급히 성사시켜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었다.

실제 올해 우리 무역환경은 EU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극복하고 무역 1조 달러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경제영토 확대와 경쟁력 제고가 긴요하다.

미국, EU, ASEAN과 FTA 체결한 유일한 국가      
다행히 이번 한미 FTA의 성사로 우리나라는 EU, 미국, 아세안 등 세계 거대 경제권 빅3와 FTA를 체결한 유일한 나라로 경쟁국에 비해 유리한 입장이다.

따라서 기대하던 한미 FTA가 성공적으로 발효만큼 이제는 논란보다는 활용 극대화에 지혜를 모아 수출 및 투자 확대에 따른 일자리 창출, 소비자 효용의 증가 등 구체적인 효과를 가시화 해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한국무역협회도 업계 애로 해소 및 FTA 활용지원 등 무역관련 종합상담을 위해 운영 중인 트레이드 콜센터(1566-5114)를 4월 2일부터 24시간 체제로 전환했다.
기존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였던 상담원 근무 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2시간 연장하고, 이 외의 시간에는 관련 부서의 실장급 당직자가 상담에 응하도록 운영 체제를 새로이 개편한 것이다. 무역협회 직원들은 기업의 FTA 활용을 위해 구두굽이 닳도록 현장을 다니고 있으며 회장부터 전직원 모두가 명함에 FTA 활용지원센터 안내번호를 새겨 직접 홍보하고 있다.  

간략히 말씀드렸지만 한미 FTA의 중요성을 보다 분명하게 알려드리기 위해 구체적으로 설명 드리겠다.
우선 우리가 왜 미국과의 FTA를 추진해야 하는가?
당장 미국은 GDP 15.1조 달러(전 세계 GDP의 21.5%), 수입규모 2.2조 달러(전 세계 수입의 12.8%)로 단일 국가로서 세계 최대, 최고 수준의 시장(Global Insight, 2011 기준)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우리의 제2의 수출 시장이며 제3의 수입 상대국이다.
미국에게도 한국은 7번째 수출시장이고 6번째 수입상대국이다. 반면 최근들어 양국 모두 상대국 시장점유율이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는 20011년 562억 달러를 수출하고, 446억 달러를 수입해 116억 달러 무역흑자를 기록했지만 우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990년 3.7%에서 2011년 2.6%로 감소했다.

미국의 한국 시장 점유율 역시 1990년 24.3%에서 2011년 8.5%로 대폭 감소했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고 양국 모두가 교역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FTA가 가장 적절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 FTA, 한반도 안보 공공화에도 큰 도움  한미 FTA는 특히 우리에게 유리한 점이 많다. 전문기관의 분석결과에 의하면 한미 FTA 발효 GDP로 우리경제는 최대 5.7%까지 성장하고 35만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FTA 네트워크를 본격 가동함으로써 최근 부진한 해외자본의 투자유치도 기대할 수 있다. 한미 FTA 성사로 이제 우리가 미국, EU, ASEAN과 FTA를 체결한 유일한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된 만큼 해외자본의 투자는 앞으로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호전적인 북한의 위협 및 중국의 팽창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지정학적인 리스크를 생각할 때 한미 FTA는 한미 동맹과 더불어 한반도 안보 공고화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같은 판단은 한미 FTA를 바라보는 해외언론에도 잘 나타나 있다. 한국의 적극적 FTA 추진에 대한 주변국 경계가 바로 그것이다. 일례로 일본 등 주변국 주요언론은 한미 FTA 성사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이 이대로 방관했다가는 세계무역 자유화 흐름에서 뒤쳐질 것” (니혼게이자이), “한국의 빠른 FTA 체결 속도가 일본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게 될 것” (아사히), “대만 섬유, 기계, 플라스틱, 화학, 광학, 자동차 부품 산업 큰 피해” (중국시보-대만) 등이 그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안타깝게도 한미 FTA를 둘러싼 오해의 목소리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우선 최근까지 이슈가 되었던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ISD) 절차는 주권상실 초래해  미국만 혜택을 받는다’는 오해부터 살펴보자. 한마디로 말씀드려 ISD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투자자 보호 목적으로 전세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조항이다. ISD는 전세계에서 체결된 2,676개의 투자협정(BIT) 대부분에 포함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도 7개 FTA(이미 발효된 FTA 8개中)와 85개 BIT중 81개에 ISD 규정을 두고 있다(한/EU FTA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EU 27개국 가운데 22개국과의 개별적인 BIT에 ISD 포함). 더욱이 미국은 ISD 관련 판결에서 승소(15건)보다 패소(22건)가 많아 미국에만 유리한 제도가 아니다.   ‘볼리비아 사건은 미국과의 FTA에서 ISD의 위험성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도 거의 괴담 수준이다. 지난해 말 한 언론은 ‘… 2000년 볼리비아에서 일어난 ‘물 전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둔 한국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보도했으며, 이어 SNS에선 ‘미국과 FTA를 체결한 볼리비아의 상수도는 다국적기업 벡텔에 팔렸고, 물 값이 4배로 폭등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우선 미국과 볼리비아는  FTA를 체결한 사실이 없으며, 이는 볼리비아 정부의 불합리한 수도정책이 문제의 발단으로, 美 벡텔社가 네델란드-볼리비아간 투자협정(BIT)의 ISD를 근거로 국제소송을 낸 것은 사실이나 이후 소송 취하했다.

ISD 등 근거 없는 ‘오해’ 이제는 불식시켜야 
‘NAFTA 발효 이후 멕시코 경제가 파탄했다’는 주장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말 한 신문은 ‘…FTA가 번영을 약속하지는 않는다. 멕시코에서 그 협정(NAFTA)은 여전히 논란을 야기하고 심지어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으며, SNS에서는 ‘멕시코가 미국과 맺은 FTA 사례를 보면 얼마나 국익에 위험한지 알 수 있다... NAFTA 체결 이후 멕시코 경제는 추락했고 국민들은 빈곤에 시달렸다’는 근거없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멕시코는 NAFTA 발효(’94년) 전 3개년 평균과 대비해 2010년 수출이 7.1배 증가(417억 달러->2,983억 달러) 했으며, 교역규모는 6.1배 증가(968억 달러->5,998억 달러)했다. 특히 NAFTA 발효 이후 멕시코의 對美 무역수지는 적자에서 흑자 전환후 지속해서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최대치인 934.1억 달러를 기록했다.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 국가인 멕시코는 큰 폭의 對美 무역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세계 무역수지 적자폭을 최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NAFTA 이후 멕시코는 생산 거점으로 부상, 특히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되면서 ’94년 이후 투자 유치 실적이  중남미 국가 가운데 2위를 기록(’94~’10년 투자유입 멕시코 3,161.6억 달러, 1위 브라질 3,818.1억 달러 )하기도 했다.

실제 ’95년 외환위기, ’01년 9?11 영향, ’09년 금융위기 등 몇 차례의 경제 위기에도 불구 외국인 투자가 꾸준히 유입, 경제위기 극복의 발판이 되고 있다. 이는 NAFTA 체결이 투자처로서의 멕시코 경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일자리 증대에도 버팀목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이외에도 ‘조세 정책의 자율권 침해’ ‘래칫 조항으로 쌀 개방, 공기업 민영화를 되돌릴 수 없다’ ‘외국계 영리병원의 설립도 한/미 FTA로 되돌릴 수 없다’ ‘한?미 FTA 는 반서민-반복지 정책이다’ ‘인터넷 검색도 저작권 침해로 걸면 걸린다’ 는 등의 주장이 나돌고 있지만 하나같이 사실과 다르거나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다  

한미 FTA의 효과와 관련해 아직은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미 FTA의 긍정적 효과는 이미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수출을 바탕으로 EU의 금융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활짝 열었다. 올해는 3월 15일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우리의 수출 전망은 더욱 밝아지고 있다.

EU 지역의 침체된 경기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무역 1조에서 2조 달러 시대로 진입하는 건 시간만 간다고 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져야 하고 시장에는 이율이 낮은 양질의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 외국에서 한국으로 투자도 해야 하고 우리도 밖으로 나가야한다.

이런 모든 게 잘 돼야 그 현상들의 체온계인 우리 경제가 무역 2조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도 우리나라 성장의 68%는 수출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1조 달러지만 전세계는 61조 달러다. 내수를 촉진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유럽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시장을 확대해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인데 지금 단계에서는 여기에 WTO보다 FTA로 갈수 밖에 없다. 바로 FTA가 잘 되도록 모두가 가 도와줘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