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처한 환경이 갈수록 만만치 않아 보인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는 이미 하나의 추세로 자라잡고 있으며, 그동안 건실한 흐름을 보이던 우리경제 또한 수출과 내수의 동반 둔화, L자형 장기 침체 가능성 등 침체상황으로 빠져들면서 하반기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 증가, 부동산 시장의 침체 장기화 등으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일자리 측면에서 보면 아직 총량적으로는 고용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올 2/4분기부터 30대와 40대 임금근로자의 고용증가세가 둔화되거나 감소되는 등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더불어 연말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는 정치권과 연계하여 노조법 등 노동관계법 개정, 인력감축 및 비정규직 등 민감한 노동 관련 이슈의 쟁점화에 나서고 있어 노사관계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우려도 높다.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위기경영, 축경영 등 비상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우리 경제가 돌파구를 마련할 곳 역시 바로 일자리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용노동부가 나서 기업들에게 “감원 대신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근로시간 저축휴가제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고용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식상할 정도로 자주 접하는 이야기지만 대기업들은 경기침체의 어려움이 협력 및 하청업체 등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상생의 노력을 해주어야 한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일자리를 지키고 나누고 또 함께 만들어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국내 주요 대기업이 경기침체 속에서도 하반기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늘리기로 했다.
10대 그룹은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증가한 4만 여명을 채용한다. 정부도 일자리 나누기와 유지에 재정 지원을 강화 하고 있다.

또한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여러 구상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복지확대라는 세 가지 큰 기조는 공통적이다.

그 가운데서도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일자리라는 반증이다.  

금융위기 이후 고용의 양과 질 개선 추세 이어져 
일자리와 관련해 우선 노동시장의 전반적 동향을 살펴보면 글로벌 위기시 범국민적 일자리 나누기, 적극적 고용안정 대책 전개 등으로 고용의 급격한 위축은 어느 정도 방지했다.
특히 위기를 거치면서 일자리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범정부적 차원의 일자리 대책마련과 취약계층 지원에 주력해 빠르게 위기를 극복했다고 자평하고 싶다. 이에 대해 OECD도 지난해 9월 한국이 경제위기에 따른 노동시장의 충격으로부터 빨리 회복했다고 평가한바 있다.
금융위기 이후 고용률 개선 추세 또한 개선되고 있으며(올 상반기 15세 이상 고용률 추이 59%) 고용구조 또한 상용직 위주로 고용이 회복되고 주취업연령대 청년층의 고용도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임금근로자 중 상용직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상용직 증가자 중 고용안정성이 높은 고용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36만 3천명에 달해 전체 증가자의 91.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취업연령대인 25~29세 청년층의 고용률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고졸자의 채용도 개선되고 있다(순수 고졸자 고용 증감 : 지난해 6월 -3.3%, 올해 7월 +1.7%).
더불어 근로자 임금도 금융위기 이후 상승률이 회복되는 추세다. 물가상승으로 지난해 실질임금은 감소했으나 올들어 증가로 전환했다. 전년 동기대비 실질임금 증가률은 2010년 3.8%, 2011년 -2.9%, 2012년 상반기 3.6%). 
 
노사관계의 경우 법과 원칙을 바탕으로 한 노사자율이라는 기조가 점차 정착되면서 현장노사관계는 전반적으로 안정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 일수도 2008년 49.9일, 2009년 38.1일, 2010년 30.2일, 2011년 24.7일로 감소하고 있다.  또한 근로시간 면제(10년 7월), 복수노조제도(11년 7월)의 연착륙으로 노사관계 선진화의 기틀도 마련되고 있다.

복수노조의 경우 폭발적인 증가로 노사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걱정이 많았지만 이는 기우로 판단된다. 올해 9월초 기준 926개의 복수노조가 설립신고 됐지만 이미 설립이 완료된 복수노조 교섭사업장 619개소 중 대다수(97.9%)에 해당하는 606개소에서 창구단일화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이에 따른 노사현장의 불안은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현정부 들어 범정부적 일자리 대책 추진 등으로 금융위기를 순조롭게 극복하였으며, 취업자 수와 상용자 증가 등 고용의 양과 질이 같이 개선되는 추세다. 하지만 총량적 고용개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일자리 개선 체감도는 여전히 낮고 고용불안에 민감하다.

이는 일하고 싶어도 일하기 쉽지 않은 부족한 일자리와 일을 해도 잘살기 어려운 근로빈곤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주요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부족한 일자리와 근로빈곤은 내수기반을 약화시켜 성정과 고용의 연관효과를 떨어뜨리고 복지영역의 제정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성장-고용-복지의 선순환을 위해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일자리체감도 여전히 낮고 취업 애로계층 상존     
부족한 일자리에 대해 살펴보자. 총량적으로는 고용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민들의 일자리체감도가 아직 낮고 상당수의 취업 애로계층이 존재한다. 특히 금년 하반기에는 유럽재정위기 등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인한 수출과 내수부진으로 고용의 불안이 상존하고 있다.

또한 장시간 근로로 소수에게만 일할 기회사 주어지고 다른 국가에 비해 자영업자의 비율이 현저히 높다(OECD 3위). 자영업자의 경우 최근 증가세가 지속되고 증가폭도 확대되고 있으며, 생계형 창업의 증가 등으로 향후 구조조정 우려도 크다. 지난해 이후 노동시장의 주축인 30, 40대 임금근로자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50세 이상의 고령층과 자영어자 중심으로 취업자가 증가되고 있다. 

일하는 사람간의 격차도 문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최근 9.1%로 완화되는 추세이나 여전히 불합리한 차별이 있으며, 사업체 규모간 임금격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위임금 2/3 미만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OECD 회원국 중 매우 높은 수준(미국, 이스라엘에 이어 3위, 22.2%) 중위소득 50% 미만의 상대적 빈곤률도 0.15로 OECD 평균인 0.11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낮은 생상성도 문제다.

그동안 내일 배움카드제 도입, 국가 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확대 등으로 실업자, 중소기업의 직업능력개발 참여가 증가하는 등의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직업훈련 참여률, 대기업 중심의 저숙련 훈련, 산업현장 수요 반영 미흡 등의 문지는 여전하다. 산업재해 또한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사고성 사망 만인률이 1.07로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