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위기 국면이 이어지면서 국제무역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흐름들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무역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대중국 무역역조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일부 품목에 대해 높은 수준의 관세 부과가 예고되는 등 새로운 보호주의 물결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경제에 이같은 흐름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자유무역 기조를 확대하자는 의미에서 진행되어온 다자간 협상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오늘은  먼저 WTO체제에서 진행되어 온 다자협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DDA 협상의 최근 동향에 대해 말씀드리고 이어 진행사항을 나름대로 평가해 보겠다. 

잘 알고 계시듯이 DDA 협상은 여러나라들이 참여해 광범위한 의제들을 다루고 있는 만큼 많은 현안들이 남아있어 넘어야할 산들이 여전히 많다고 하겠다.

특히 10년 가깝게 진행되고 있는 DDA협상은 중국의 참여에 이어 인도, 브라질 등의 위상이 증대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협상에 있어 핵심역할을 해 온 미국의 리더십이 약회되고 있는 반면 WTO 가입을 위해 그동안 각종 자유무역 협상 무대에서 엄청난 수모를 감수해왔던 중국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미국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이 협상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 약회되면서 미국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협상의 진행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현재는 DDA 협상 해결책 모색에 각국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며, 협상의 종료를 위해 세관전산화 시스템 등 작은 이슈에서라도 우선 합의를 보자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개도국들을 중심으로 이정도로는 협상을 마무리하기에는 너무 미흡하다는 의견도 많아 일부 논의가 진전된 항목을 포함해 합의점을 모색하자는 움직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DDA 지지부진으로 FTA 협정 ‘봇물’

앞서 언급했듯이 다자간 무역협상은 매우 지지부진하다. 2010년 1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으며, 2005년 홍콩 각료회의 이후 4년 만에 회원국들이 모였지만 각료회의의 주요 단골 의제였던 DDA는 의제에서조차 제외되었다.

그렇다면 DDA 협상은 어떤 협상이기에 시작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타결되지 않고 있으며,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왜 DDA 협상 타결이 중요한지, 또 DDA 협상이 타결되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 간략히 설명 드리겠다.

우선 DDA란 2001년 11월 카타르의 수도 '도하(Doha)'에서 제4차 WTO 각료회의가 개최되었는데, 여기서 2004년 말 타결을 목표로 새로운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을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그 이름을 도하개발어젠다(Doha Development Agenda: DDA)로 부르기로 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도하개발 의제'인데 여기서 '개발'이라는 말이 포함된 것은 이번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은 다른 때와 달리 특히 개도국의 개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개도국들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다.

이전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은 우루과이라운드(UR), 도쿄라운드와 같이 라운드가 붙었는데 이번에는 라운드 대신 개도국들이 원하는 '개발어젠다'라는 용어가 들어갔으니 그만큼 개도국들의 힘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DDA는 153개 WTO 회원국 모두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다자 차원의 시장 개방협상이라는 점에서 관련된 두 국가 간 시장을 자유화하는 자유무역협정(FTA)과는 성격이 다르다.

DDA는 상품뿐 아니라 서비스나 지적재산권에 이르는 광범위한 분야의 시장 개방은 물론 관련 국제무역 규범을 대상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 어떤 품목의 관세를 얼마나 인하할지, 무역을 왜곡시키는 보조금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언제까지 중단할지 등을 포함한다. 또 어떤 서비스 교역을 자유화할 것인지, 지적재산권의 보호는 어떻게 할지 등도 협상 과제로 다룬다. 그야말로 교역이 되는 유·무형의 상품을 포함한 관련 제도까지 모두 협상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DDA 협상은 '일괄 타결원칙(single undertaking)'이라는 협상방식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협상 타결이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DDA가 타결되면 전 세계의 무역 장벽이 낮아져 무역이 그만큼 활성화되고 세계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DDA 타결은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 발생에 따라 침체된 세계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부양책이 될 수 있다.

실제 DDA 협상이 타결되면 153개 회원국 시장이 동시에 개방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DDA 협상 타결로 반도체·자동차·조선·전자·석유화학·철강 등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품목들의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물론 경쟁력이 약한 농업 부문은 피해를 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득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새로운 국제무역 흐름... 지역경제통합(RTA)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산 넘어 산이다. 브라질 등 주요 개도국은 무역원활화만의 조기수확 시도에 반대 중이며, 농업 분야 개도국 관심 이슈 진전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부분은 미국, EU 등의 명시적 반대가 없어 향후 실질 논의 전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면화보조금 감축 등 선진국이 수하기 어려운 이슈가 추가로 제기될 경우 과거의 실패사례가 재현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복수국간 협정(ITA확대, 서비스개방(ISA)) 논의도 진행 중으로, 내년초 본격 협상이 개시될 전망이다. ITA는 현재 IT 품목 여부 논의, ISA는 협정의 법률적 구조 관련 기술협의가 진행 중이다.  이같은 현실에 비춰볼 때 우선은 무역원활화 등 관리가능(manageable) 이슈부터 점진적인 진전을 도모해 WTO 다자통상제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지역경제통합 동향에 대해서도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지역경제통합 논의는 2000년대 이후 WTO DDA 협상의 부진에 대한 대응책으로 양자차원의 FTA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했다(2000년 FTA 240건, 2011년 FTA 511건, WTO 통보기준). 이어 이들 FTA협정이 지역적 FTA(RTA)로 다시 묶여지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2010년을 전후로 양자 FTA 논의가 지역 차원의 경제통합 논의로 변화하는 추세다.

아태지역은 미국 주도의 TPP, ASEAN 주도의 RCEP 논의가 진행중이며, 북미유럽은 미국과 EU간 FTA 추진을 검토중이다. 특히 아태지역 경제통합 논의와 미국-EU 논의가 앞으로 더욱 진전될 경우 WTO를 통한 다자간 시장 자유화 논의로 회귀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지역경제통합 움직임과 관련해 한중일 FTA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3국의 경제규모를 합칠 경우 그 규모면에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3국은 당초 금년도 동아시아 정상회의(11.19~20, 프놈펜)를 계기로 협상개시 선언을 목표로 했지만 실현 여부는 향후 동북아 정세의 전개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단 국내적으로는  협상 개시 선언을 전제로 국내절차 진행하되, 이와 별도로 지속적인 아웃리치 활동을 통해 국내 여건을 조성한다는 생각이다. 3국의 협력적 관계가 구체화 하면서 아세안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아세안은 아세안+3국의 협력방식을 추구해 왔는데 이같은 흐름으로 자연스레 3국+아세안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세안은 최근 아세안 +6국 이라는 보다 확대된 지역경제모임체를 구상하고 있으며, 중국도 이같은 흐름에 대해 우 우호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  

한중 FTA의 경우 1단계 협상에서는
△민감성 보호
△자유화 수준
△협정 대상 범위 등 협상지침(modality)에 우선 합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품 및 서비스·투자·규범 등 전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2단계 협상 추진중이다.

1단계 협상에서는 10년 내에 자유화해야 하는 일반품목의 %, 10년 이상 걸려 자유화하는 민감품목의 %, 양허제외나 부분감축 등 예외적으로 처리하는 초민감품목의 %에 대해 협상을 하고 있다.

1단계 협상이 끝나야 2단계 협상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아직 1단계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한중 FTA의 경우 양국의 민감품목에 대한 의견이 달라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산물의 경우 우리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반면 중국의 경우 공산품에 대한 민감품목 포함 범위를 크게 잡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일반뭄폭, 민감품목, 초민감품목에 대한 비율 등을 먼저 확정한 후 개별 상품별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