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국면이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의 근간인 기업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여러 측에서 거론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언론계 중진들과 자리를 같이 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특히 이번 주가 ‘기업가정신 주간’인 동시에 ‘SW 주간’으로 이번 주의 시작을 한국시장경제포럼과 함께 하여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경제는 세계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남다른 성장의 배경을 놓고 그동안 여러 연구들이 나왔지만 우리나라의 발전은 가진 게 없어서 가능했다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다. 일례로 1948년 5월 14일에 북한이 예고 없이 남한으로의 송전을 중단했는데 당시 미국이 송전선을 보내 급한 전기만 해결하는 등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이같은 난관을 해소하기 위해 이승만 정부는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했으며, 원전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는 당시의 우리나라 사정에 비춰볼 때 매우 획기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와 관련해서는 박정희 대통령 또한 상당한 관심을 쏟아 최초의 국비유학, 국책연구소 설립 등 원전 분야에 국가역량을 결집했었다. 그리고 이제 그 결실로 UAE에 원전을 수출한 세계에서 6번째 원전 수출국으로 도약이 가능하였다. 다시 말해 극도로 부족한 상황이 바로 발전의 원동력이 된 셈이며,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경제의 발전을 이룩한 기업가 정신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지경부 장관을 취임한지 1년 남짓 지났지만 오랜 기간 공직생활을 했던 친정 부서에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부서의 전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 특히 앞만 보고 달리는 문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정책들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런 의미에서 기존의 정책들을 새롭게 살펴보자는 ‘정책새봄 운동’을 주창했으며,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부서 내 합창단과 관련한 일도 간략히 말씀드리고 싶다. 합창단 구성은 삭막한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 개선을 위해 우연한 기회에 발의 했는데 이는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합창단 운동은 부서원들의 정서 순화는 물론 노래를 통해 서로 친해지면서 직원상호간의 소통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부서원들이 생각 이상으로 열성적으로 참여해 이번 공무원 음악대전에서 최우수상인 ‘금상’을 수상하는 성과도 있었다. 이같은 결과는 부서 직원들에게 우리가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업무외적인 소통을 통해 직장생활에 보람을 느끼게 했다는 점에서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올해 무역 1조불 유지한 것은 대단한 선방
   지경부의 핵심 관심사인 무역과 관련해서도 한 말씀드리겠다. 작년 취임 직후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으며, 올해도 다행히 무역 1조불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올해 무역 1조불 달성은 수출의 증가보다는 환율의 영향이 컸지만 그렇다고 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실제 그간 여러 선진국들이 무역 1조불 달성에 이어 다시 1조불 아래로 내려간 사례들이 많다. 영국, 이태리 등이 무역 1조 달러 달성이후, 무역규모가 다시 1조불 밑으로 감소했던 사례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역 1조불을 유지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올해는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우리 수출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분야에서 수출이 많이 감소한 사실을 고려하면 대단한 선방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무역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역 1조불을 돌파하게 되며, 세계 무역 8강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무역 규모는 2009년 10위로 처음 세계 빅10에 진입한 이후 2010~2011년 9위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기업생태계 측면에서는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하여 갈등을 완화한 것이 기억에 남으며,  성과공유제를 가시적으로 발전시킨 것을 특히 보람으로 생각한다. 포스코를 시발로 가시화되기 시작한 성과공유제는 지경부가 성과공유 확인제를 도입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면서 현재 42개 대기업이 성과공유제 확인을 받았다.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통해 유통상생을 위해 노력한 것도 보람 있었다. 유통산업발전협의회의 경우 쉽게 보일지 모르지만 대형마트, 소상공인 등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하는 자리는 건국 이래 최초로 마련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다보니 자리를 마련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다행이 상생을 위한 단초는 마련된 만큼 유통상생을 위해 임기말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챙겨 나가도록 하겠다.

지경부가 여전히 대기업부서라는 인식 아쉬워
   중견기업에는 맞춤형 지원을 통해 히든챔피언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사실 그동안 중견기업의 개념 확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안타깝게도 중견기업인들을 만나보면 중견기업이면 괜찮다는 의식을 국민들이 갖게 해 달라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소망이다. 특히, 중견기업들은 좋은 인력 뽑기가 어렵기 때문에 국민들의 인식을 제고하여 중견기업에 좋은 인력이 갈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중견기업 정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SW산업법 등을 통해 지경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부처로 자리매김한 것 같아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아직도 지경부가 대기업부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동안 지경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제대로 못한 측면도 있지만 지원을 하면서 홍보를 제대로 못한 것도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반성할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청장 출신이 장관으로 오면서 지경부가 중소기업 지원부서라는 인식이 퍼지고 직원들도 중소기업에 대해 보다 더 고민하는 의식이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산업 부문에서는 IT융합, 기술/인문 융합, 산업융합촉진법 등을 통해 ‘융합’ 개념을 확산시켰고, 로드맵을 만들었으며, 디자인/인증/표준/에너지안전 등 장관 관심영역이 아니었던 부분에 대한 관심도 끌어내었다. 반면 에너지 분야에서는 원전의 잦은 정지, 비리 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신, 전력부족 문제로 국민들을 불편하게 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에너지 주무부처가 절전을 외쳐야할 정도가 된 현실에 대해서는 자괴감도 느낀다. 물론 전력부족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는 공급을 제대로 늘리자 못한 점에 대해서는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지경부에 1차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민들이 에너지원을 가스, 석유에서 전기로 바꾸는 상황에 대해 미리 문제점을 적시하지 못한 것은 실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같은 실수를 경험삼아 향후에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곳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