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과정에서 복지확충에 대한 공약들이 봇물을 이뤘던 만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재정확충방안이 새로 출범할 정부의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당초 공약대로라면 세금에 대한 증세 없이 각종 방안들이 집행되어야 할 것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이는 결국 재정의 부담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정의 건전성 확보 방안이 새로운 이슈로 부상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오늘은 주로 최근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재정건전성과 관련한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싶다.   
  잘 알고 계시듯이 국민경제의 궁극목표는 국민행복 수준을 제고하는 것인데 이의 제약은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의 총량수준이며, 또한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은 민간부분의 시장기능과 정부부문의 통제기능으로 대별될 수 있다. 국민경제 내에서 시장기능과 통제기능을 적절히 조화하는 기장 기본적인 원칙은 민간부문의 자율적 시장기능을 원칙적으로 존중하고 이들에서 나타나는 시장 실패를 정부부문이 교정, 보완 하는 것이다. 시장실패를 교정하기 위하여 정부부문이 동원하는 통제기능은 크게 규제정책과 재정정책으로 대별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규제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과 품질을 정부부문이 통제하는 것으로서, 정부부문의 내부로 경제적 자원의 유입 또는 유출이존재하지 않는다. 재정정책은 정부부문이 조세 등 국민경제에 대한 강제적 부담금을 부과하여 획득한 재원으로 특정한 재화와 서비스를 직접 생산, 제공, 또는 보조하여 각종의 이전지출을 제공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재정은 민간부문의 자율적 시장기능을 보완하는 정부부문의 정책적 역량인데 재정건전성이 훼손되면 정부는 국민적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국민적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게 된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 또는 건전성은 국민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마지막 보루로서, 제정건전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국민경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탱할 수 없다. 일례로 1907년 대구에서 발단된 국채보상운동은 일본이 침략적 목적으로 제공한 차관을 국민들의 성금으로 갚아 재정의 건전성을 회복하려던 주권수호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건전성 국민경제의 자율성과 직결
   국가채무의 GDP 대비 비중추이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국가부채의 비중은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위기국면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재정의 역할이 커지게 되고 이에 따른 재정지출의 규모도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단군이례 최대의 위기라고 했던 1997년 IMF 위기를 전후해 국가채무의 비중이 생각보다 낮게 나타나는데 이는 정부부채를 공기업에 부담시키는 경우가 많았고, 국가채무를 다루는 회계기준이 선진국과는 많이 달랐다는 점에 기인한다. 이는 2007~2008년 유럽재정위기라는 새로운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는 국가채무 비중이 GDP의30%를 초과하게 되는 결과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이 수치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97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높아지면서 재정건전성이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는데, 재정건전성제고는 적정재정을 위한 개혁의 제일 중요한 정책목표가 되어야 한다. 2007년 IMF의 한국경제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인해 2050년까지 국가채무 비율은 재정개혁 여부에 따라 GDP대비 79.2%~22.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국제기준의 일반정부 부채에 비해 통계범위가 좁은데, 현 정부는 이를 개선하고자 재정통계 개편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준 재정활동, 민자사업 등에서는 여전이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상당한 재정여력을 확보해야 하고, 또 급격한 통일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재정건전성을 유치해야할 필요가 있다.

경제위기로 새로운 재정준칙 필요성 대두
   그동안 다수의 국가들이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준칙들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경우 잘 지켜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재정준칙이란 재정정책에 대한 제약으로서 주로 수치로 표현된 한도나 목표를 설정한다. 그러나 기존의 제정준칙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와 연관된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잘 지켜지지 못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준칙들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결과는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더욱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불가리아의 경우 2009년 지출준칙의 상한선을 넘어선 이후2010년과 2011년에도 지출상한(GDP 대비 최대 40%)를 지키지 못했다. 이에 2012년 Organic Budget Law를 개정해 지출준칙 및 균형지출 모두를 다시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완했다. 칠레의 경우 지출상한을 조정해 2001~2007년 GDP대비 1% 재정흑자를 달성했다. 이어 2008년 0.5% 재정흑자에 이어 2009년에는 균형제정을 달성했다. 이어 글로벌 위기상황을 2014년까지 GDP 대바 1%의 적자재정을 목표로 하는 준칙을 다시 마련했다. 덴마크의 경우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는 위기국면을 맞아 2009년 2015년까지 공적소비와 관련된 지출을 GDP 대비 26.5%로 제한하도로 준칙을 재정했다. 이어 2001년 수립한 구조적 재정수지 목표도 수정했다. 핀란드 또한 2007년부터 잠재 GDP 의 1% 흑자달성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2009년 구조개혁과정에서 준칙을 지키지 못했으며, 2011년부터 1% 재정적자를 목표로 재설정했다. 또 2008년 중단된 부채감축 규칙도 2011년 재조정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2009년 적자감축법(DRL)상 상환을 완화시켜 GDP 대비 6% 재정적자와 3% 지출증가를 가능케 했다. 파나마는 2009년 균형수지 준칙과 부채준칙을 개정해 적자상환을 GDP 대비 2~2.5%로 설정하고 전환기간을 4년으로 연장했다. 영국은 200년 11월~2009년 12월 임시준칙 재정해 경기가 침체국면을 벗어나면 경상예산을 조정해 경기가 완전히 회복했을 때 예산균형과 부채감축을 이루도록 했다.
  이같은 사례들은 결국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즉, 경기가 나빠질 때 재정을 신축적으로 운영하고 재정운용계획을 다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짠다는 것이다. 재정운용 목표에서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관리목표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균형유지 정책을 추구하다는 것이다. 이는 작금 복지지출 등 다양한 재정수요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재정운용 방향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복지지출 수요증대와 경기조정에 대한 유연한 대응의 관점에서 제정준칙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속가능한 재정을 위해서는 재정총량준칙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20~30년을 장기시계로 하는 계획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