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과정에서 유력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주요 대선공약에 포함 시켰던 경제민주화가 시행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민주화는 그동안 우리경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과도한 경제력 집중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우리 중소기업들과는 여러 측면에서 많은 관련성을 갖고 있다. 물론 경제민주화란 용어는 이를 바라보는 주안점이나 시각에 따라 해석에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경제민주화를 그동안 한국경제가 대기업 중심의 고도 압축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양극화를 다소나마 해소해 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싶다.
   한국경제는 지난 50여년간 세계가 놀랄만한 빠른 성장을 기록했으며, 압축성장이란 용어로 대변되는 이같은 빠른 성장은 대기업, 재벌그룹 등에 대한 경제력 집중을 더욱 심화 시켰으며, 그 결과 기업의 양극화는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위기 극복과정을 지나면서 이같은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으며, 그동안 당연시 되어왔던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던 소위 낙수효과는 점차 약해지거나 단절됐다. 일례로 대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조(兆)단위의 천문학적인 이익을 기록하면서도 그 성과를 중소기업의 납품단가엔 거의 반영치 않아 해당기업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이 제조업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자산 5조 이상인 30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사 수도 2009년 4월 837개에서 2011년 6월에는 1038개로 증가했다. 이같은 경제력 집중의 심화로 경제구조의 왜곡이 더욱 심각해져 대부분의 경제성정 과실이 상위 1% 대기업에 집중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경제력 집중의 심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로 귀결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일례로 1929년 미국에서 발생했던 대공항이나 2008년의 경제위기는 바로 경제력의 과도한 집중(1928년 대공항, 2007년 금융위기 직전 상위소득 1%가 미국 전체 소득의 23% 정도를 차지)에 연유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기, 땀 흘린 만큼 대가 기대할 수 있는 사회 기대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그 결과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입장은 간단하다. 지금과 같이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나 힘을 앞세워 이익지상주의로 나설 경우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설자리를 잃게 되며, 이는 결코 우리 경제 전체의 발전에 이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그들에게도 땀 흘린 만큼 대가를 기대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잘 알고 계시듯 경제민주화의 발단은 왜곡된 시장상황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집단반발이 단초가 되었다. 특히 지난 2008년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기업들의 납품단가 후려지기는 소위 ‘힘없는 을’로 칭해지는 중소기업들의 집단적 항변을 불러오는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이어 2009년부터 본격화된 대규모 유통업체의 SSM 진출과 대기업들의 MRO 사업 진출은 골목상권의 붕괴와 소상공인 영역침해에 대한 본격적인 논란을 촉발시키며 경제민주화를 우리사회의 주요 이슈로 등장케 했다. 특히 제 18대 대선에서는 경제민주화가 최대화두로 등장했으며, 유력후보들은 저마다 경제민주화를 향후 우리경제의 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부각시켰다. 이후 당연한 결과로 경제민주화는 모두의 공감을 이끌며 시대의 담론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가 ‘쏠림’이 아닌 ‘중용과 균형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중소기업계가 바라는 경제민주화는 대기업 때리기가 아니라 중소기업도 건전한 발전을 통해 우리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하나의 과정으로, 이는 ‘경제의 3불’ 해소를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경제민주화는 ‘중용과 균형으로 돌아가는 과정’
    그렇다면 중소기업이 가장 시급히 해소되기를 바라는 경제의 3불은 무엇인가?
바로 거래의 불공정, 시장의 불균형, 제도의 불합리다. 먼저 거래의 불공정은 대기업의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공들여 만들어 낸 기술 및 인력 빼가기, 횡포에 가까운 불공정 계약관행 등이다. 시장의 불균형은 골목상권을 초토화하는 SSM 편법진출, 중기 적합업종의 미이행, 일감 몰아주기 등이다. 또한 제도의 불합리란 대규모 기업이 오히려 중소영세 상인들에 비해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신용카드 수수료, 매출의 40% 가까이를 입점수수료 명목으로 때어가는 백화점 수수료, 은행 수수료 등과 은연중에 대기업을 중시하는 대기업 중심의 정책과 우리 사회에 팽배한 ‘갑’ ‘을’ 문화 등이다. 이같은 경제 3불은 우월적 지위남용, 무차별적인 사업확대, 차별적인 제도 등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 시키고 있다.
   물론 우리 대기업들이 세계수준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합리적인 코스트다운은 필요할 것이며 중소기업들도 이같은 상황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과 같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원가부담 요인 등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이 부분은 원가연동제 등으로 다소 해소됐지만 여전히 현실을 반영할 만큼 충분치 못하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해 주지 않으면 중소기업들은 설자리가 없다. 중소기업도 적절한 이윤을 가질 수 있어야 능력 있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구개발 등 장기적 투자나 구상에 나설 수 있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투자는 결국 부품 등의 수준을 높여 납품을 받는 대기업들에게도 이익이 된다. 중소기업의 적정 이윤 확보는 해당 중소기업만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서로에 도움이 되는 윈윈 전략인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봇물처럼 쏟아낸 중소기업들의 목소리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 최근 여러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민주화 관련 중소기업계의 요구 법안 상당수가 입법 완료되면서 중소기업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대상 확대(하도급/ 4월 30일 통과), 납품단가 조정협의권 협동조합에 부여(하도급법/ 4월 30일 통과), 공정위 전속 고발권 폐지(공정거래법/ 6월 25일 통과) 등은 장기적으로 중소기업들의 경영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건강한 시장경제 만들자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
   안타깝게도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경제민주화를 경제활성화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는 반대개념이 아니며, 경제민주화는 건강한 우리경제를 위한 독수리의 양 날개다. 경제민주화를 토대로 경제활성화가 이뤄져야 지속경제성장이 가능하다. 우선 경제민주화는 반시장경제가 아니다. 시장경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보장이 선결조건이며, 이를 통해 건강한 시장경제를 만들자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다. 또한 이같은 공정한 경쟁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로 중소기업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다.
   경제민주화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시각도 옳지 않다. 일감몰아주기 방지 등 일부 과잉 입법 논란이 있지만 경제민주화는 우리경제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0.1%에 불과한 대기업 중심의 성장에서 99.9%의 중소기업을 성장케 함으로써 국민경제를 두텁게 하는 최적의 선택이다. 아울러 적합업종 제도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적합업종은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소자본으로 운영 가능한 업종이나 품목 중에서 선정되며, 그 또한 영원한 것이 아니라 3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결론적으로 경제민주화는 합리적인 토대위에서 계속되어야 한다. 순망치한 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제는 대기업, 중소기업, 근로자가 서로 밀접히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 나가는 것으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경제 구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듯이 중소기업이나 근로자가 위기에 처하면 결국 이것이 대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또한 본격적인 경제민주화 담론은 작년 대선과정에서부터 시작한 것으로 그 진행이 불과 1년에 불과하다. 우리경제가 한시적인 제도인 적합업종 우려 등에 무너질 만큼 취약하지 않는 만큼 더 큰 경제를 위해 경제민주화 흐름을 실기하지 않고 슬기롭게 견지해야 한다. 중소기업들도 경제민주화 흐름을 바탕으로 경쟁력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특히 새로운 사업영역과 일자리 창출에 더욱 기여할 것이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화기술 개발, 글로벌 시장 진출도 활발히 할 것이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분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의 건설적인 협조를 통해 경제발전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언론인 여러분들의 많은 도움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