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에서 온 기자 한분을 만났는데 한국에 와서 아침 조찬 행사가 많은 것에 특히 놀랐다고 했다. 그는 ‘조찬 행사는 한국 사람들의 부지런함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연일 진행되는 조찬행사들에서 느낄 수 있는 이런 부지런함이 바로 오늘날 한국경제의 빠른 성장과 발전에 기초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더했다. 서두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언론계 여러 중진들이 모이신 한국시장경제포럼에 초청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함에서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한국시장경제포럼이 조찬포럼을 진행해 온 것이 10년이 넘었다고 알고 있다. 이런 좋은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늦게라도 이렇게 기회를 주신 점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먼저 지난해 4월 공정위 부임 이후 정책추진과 관련해 말씀드리겠다. 부임 당시 정권 출범초기 인데다 선거과정에서 경제민주화 등 다소 모호한 개념들이 여야 정치권 모두에서 주요 공약으로 거론되었던 만큼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공정위가 하는 일은 경제원칙에 입각한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는 것인 만큼 이러한 원칙에 근거해 공정거래정책을 운용해 왔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정책기조는 ‘경제원칙에 입각한’ 공정거래정책 운용이라고 요약하겠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직접적인 가격관리는 지양했으며, 부당 단가인하나 가격차별의 경우 가격 자체가 아니라 부당성에 초점을 두어 규율해 왔다. 출점제한 등 진입규제 조치는 공정위 업무에서 원칙적 배제했다. 정치권과 제계 등이 뒤엉켜 연초 이슈로 부상했던 경제민주화는 ‘정당한 활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경제적 개념으로 再정의하여 ‘정상이상의 보상을 추구하는 부당한 활동 규율’에 초점을 두었다. 이울러 균형과 경제원칙을 철저히 견지하면서 대부분의 입법과제를 마무리했다. 참고로 지난해 완료된 경제민주화 입법 과제(8개)는 ①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율 ②신규 순환출자 금지 ③전속 고발제 폐지 ④부당하도급 3배 손배제 도입 ⑤중기조합에 납품단가 조정협의권 부여 ⑥불공정 하도급특약 금지 ⑦가맹점주 권리강화 ⑧표시광고법상 동의 의결제 도입 등이다.
  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도 관심을 쏟았다. 시장경제 측면에서 공정거래법의 핵심은 ‘공정거래’ 보다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금지, 기업결합 제한, 부당 공동행위(Cartel) 제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금지 등 ‘독점규제’에 있다. 반면 지금까지 공정거래법 운용은 제반 여건상 불가피하게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율 위주로 이루어져 온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난 해 경제민주화 양대 입법과제가 완료되면서 비로소 ‘독점규제’ 측면을 크게 보강하는 잠금장치를 마련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율 입법화로 남용행위 규율의 틀을 마련했으며, 신규 순환출자 금지로 순투자 없는 지배력 확장 및 계열사간 부실전이도 차단했다.

핵심은 ‘경제원칙에 입각한’ 공정거래정책 운용

   경제민주화 개념 및 추진범위의 명확화와 관련한 노력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다. 사실 경제민주화의 개념은 시대와 나라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일례로 자주 인용되는 독일 사회민주당(SPD)의 정강정책인 ‘경제민주주의’는 근로자 복지 문제 및 노사공동의 의사결정, 기간산업의 국유화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 대·중소기업간 관계에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 위주로 접근이 시작되었으며, 대선 공약으로 처음 등장하다보니 개념과 범위의 불확정 상황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공정위는 경제민주화를 ‘정상 이상의 보상을 추구하는 부당한 활동 규제’(지대추구행위 근절)로 다시 정의하여 타부처의 과제와 차별화 했다. 이를 통해 일감몰아주기나 신규 순환출자 등 기득권 남용행태를 환경·노동·조세 등 타부처 이슈들과 차별화함으로써 불필요한 반대나 논란을 차단했다.
   그 결과 국회·언론·정부 모두의 노력 결과 경제민주화 2대 핵심과제인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율과 신규 순환출자 금지 입법을 완료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제도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도록 하되, 재계 등의 합리적인 요구는 면밀한 검토를 거쳐 수용했다. 어려움이 많았던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율 관련 입법추진 과정에서 재계의 반대가 심했는데, 이는 경쟁제한성을 보는 기존 불공정거래행위와 달리 총수일가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을 경쟁제한성과 관계없이 규율대상으로 하기 때문이었다. 공정위는 정상적인 수준 이상의 보상을 추구하는 부당한 활동에 대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업 경영활동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규제대상 행위의 구체적 기준과 유형을 최대한 명확히 함으로써 재계를 설득했다.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 등 예외사유를 인정한 것과 관련하여 여·야간에 이견이 있었고,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었으나, 효율성 제고차원에서 수직계열화 등 정상적인 내부거래 활동은 보장되어야 하므로 이를 법문으로 명문화하고 시행령에 구체화하여 재계 우려 해소와 여·야간 합의를 도출했다. 이후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재계는 또다시 예외인정 범위 확대 및 구체화를 추가적으로 요구하였으나, 공정위는 당초 합의된 원칙을 견지했다.
    신규순환출자 금지는 기존순환출자 해소여부, 예외허용 범위 등에 대해 여·야간 이견이 커서 입법화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순환출자로 인한 폐해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신규순환출자 금지가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여·야간 합의를 도출했다. 특히 수익이 있는 계열사 자금을 이용하여 부실계열사를 지원할 때 생기는 순환출자까지 예외로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강했으나, 신규순환출자 금지의 입법목적과 기업구조조정 기본원칙에 반하므로 예외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기업구조조정이나 사업구조개편 등 기업의 정상적 활동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예외를 폭넓게 인정했다.
   경제민주화 입법의 핵심이라 할 일감몰아주기 규율 입법과 신규출자금지 입법은 시장경제적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특히 신규출자금지입법의 경우 지배구조 등과 관련성이 높아 제계의 관심도 높다. 하지만 대기업의 순환출자 구조는 대기업집단의 불합리한 소유지배구조가 국가 경제의 동태적 활력을 저해하는 대표적 사례로, 순환출자를 통한 한계기업 지원은 새로운 도전자의 출현을 봉쇄하고 대기업의 동반부실 위험을 확대시킨다. 따라서 신규순환출자 금지 입법화로 인해 대기업의 부실 확산 방지 및 우리경제의 건전한 발전 도모를 위한 최소한의 잠금장치가 마련했으며, 원칙에 맞는 합리적 사유에만 예외를 허용해 기업활동 위축의 우려를 불식하는 한편 규제의 실효성도 온전히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경제민주화 입법은 경제상황 고려하면서 추진
    경제민주화 입법과 경제활성화와의 관계도 간단히 언급하겠다. 최근 일부 언론은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경제민주화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정부의 경제민주화 추진의지 사라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지원이 없었다면 일감몰아주기 규율,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핵심 경제민주화 과제의 입법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일부 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규범을 규제로 보는 것도 문제지만, 투자결정함수를 규제로 일원화하는 시각은 더욱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투자는 정부 규제의 영향도 받지만 기본적으로 수익성의 함수로 비용을 결정하는 환율·지대·금리·임금 등의 영향이 매우 크다. 또한 투자의 효율성만 있으면 절차나 효과가 비민주적이라 해도 이를 수용하라는 의미라면 과연 정당성 있는 주장인지도 의문이다.
   아울러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공정위의 한계성도 말씀드리고 싶다. 공정거래법은 규제가 아니라 규범적 성격이 강한만큼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시장참여자들이 지켜야할 ‘시장규칙’을 정하는 것으로, 진입,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경제적 규제와는 차원이 다른 규범이다. 따라서 경쟁정책과 산업정책간 충돌이 발생할 경우 경쟁정책은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책적 고려를 할 수 있을 뿐이다. 더욱이 경쟁당국이 정책적 고려를 하여 성장정책으로 회귀하면 한국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국제적 불신을 초래할 우려도 높다.  반면 회복기로 전환되고 있는 세계경제 흐름을 활용하면서 우리 경제의 구조를 튼실하게 하려면 지금은 경제활성화가 가장 시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남아있는 경제민주화 입법은 경제상황을 면밀히 고려하면서 시기와 강도를 조절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금년도 공정거래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하겠다. 우선 올해 우리경제는 세계경제의 성장세 확대, 정책효과 지속 등으로 ’10년 이후 4년만에 세계경제 성장률(IMF, 3.6%)을 상회하는 3.9%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잠재력이 저하되는 구조적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성장이 정체된 분야의 회복을 위한 경제생태계 조성 및 선도 분야에 대한 선진국의 기술장벽 극복이 긴요한 만큼 공정거래정책도 이러한 여건을 고려하면서 집행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원칙에 맞는 시장경제 정착 및 비정상적인 거래관행의 개선을 통해 경제체질이 강화되도록 유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우리기업들에 대한 부당한 침해 방지에도 힘을 쏟겠다.
    경제민주화 과제의 차질없는 집행 및 입법노력도 지속한다. 새로이 도입된 제도들이 구체적인 시장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부 집행기준을 적기에 마련하고 차질 없이 집행하겠으며, 기업 스스로 법과 제도를 준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교육·홍보도 강화하겠다. 잔여 경제민주화 입법소요에 대해서도 경제여건 등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신축적으로 대응하겠다. 또한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은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질서, 즉 공정거래를 확립하는 길인만큼  일부 공기업 및 공공영역의 프리미엄附 행태를 규율하는 방안을 마련하겠으며, 문제가 되고 있는 유통분야, 하도급 분야에 대해서도 시장상황, 업계의 행태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거쳐 대응방안을 마련·시행하겠다. 이울러 경쟁법의 글로벌화, 공정경쟁 기반의 구축, 담합 감시 강화, 디지털 신경제 시대에 맞는 소비자 시책 추진 등에도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