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언론을 대표하는 한국시장경제포럼 회원 여러분을 모시고 말씀 드릴 기회를  주신 것에 먼저 감사드린다. 언론계 중진들을 한자리에 모실 수 있는 오늘 같은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고자 한다. 이미 알고계시겠지만 지난 경기도 지사 선거 과정에서 중점을 두었던 것이 두 가지다. 하나는 ‘끝까지 네거티브하지 말자’였는데 이를 잘 지켰다고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제대로 된 미래 철학을 도민께 알리고 일자리 넘치는 따뜻한 경기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사실 경기도 지사  후보로 나서기 전 정치인으로서 우리가 어떤 나라로 가야 하는지 국가 모델을 늘 고민해왔다. 클린턴 대통령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라고 해서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이 됐지만, 그 구호는 이제 대한민국에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바보야 정치야”가 통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사명의식, 정치의 안정성, 정치적 갈등 구조의 해소 없이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제도 이와 연동 돼 있는 큰 사항이다. 그래서 미래를 위해 정치구조를 통해 대한민국의 스트럭쳐(structure)를 새롭게 하고, 시장경제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독일이 좋은 본보기다. 독일은 우리와 인구도 비슷하고 지정학적으로도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분단과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안정됐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본보기의 나라로 정치, 경제, 복지가 튼튼하고 히든 챔피언급 기업이 우글우글한 나라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에도 전 세계 지도자 중 유일하게 메르켈 총리 한 분만 오셨다. 가까운 미국 대통령과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못 왔다. 개막식 때 메르켈 총리가 독일의 선수들과 놀고 웃는 사진을 외신을 통해 보고 독일 총리가 할 일이 없어서 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이라는 나라는 정치적으로 안정이 됐고 자기 권한을 장관들에게 나누고, 장관들이 책임을 갖고 인사, 예산 권한을 갖고 있다. 총리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마지막으로 결정한다. 남는 시간에는 남편과 저녁시간에 슈퍼에 가서 일반 국민들과 똑같이 장을 본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독일 국민들은 아마 안정감을 느낄 것이며, 저 사람은 한 나라의 지도자지만 우리의 이웃이라 생각할 것이다. 지도자야 말로 바로 권한을 위임하고, 미래에 대한 큰 비전을 갖고 글로벌한 활동을 하며 민심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권력도 선거 결과가 따라 나눠야 합리적

    독일에서는 왜 그게 가능할까. 무엇보다 정치 구조, 스트럭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독일 공화국이 생긴 이래 7명의 총리를 배출했다. 평균 재임기간이 8년이 넘는다. 흔히 우리가 아는 내각제는 불안한 정치구조다. 일본은 같은 기간 63명의 총리가 다녀갔다. 독일은 재임기간은 8년 내지 10년이다. 독일이 내각제지만 튼튼한 정치구조가 될 수 있었던 역사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혼란과 히틀러 정권을 거치면서다. 그동안 사회 지도자들 사이에서 목숨을 건 토론을 거쳐 새로운 철학이 만들어졌고 그것이 질서자연주의다. 그 질서자연주의로 만들어진 하나의 정치 시스템이 바로 지금의 독일의 연정을 가능하게 했고, 연정을 하지 않으면 정권을 유지할 수 없는 정치구조를 만들었다. 그동안 50% 넘는 득표를 얻은 정당이 딱 하나밖에 없었다. 메르켈도 인기 있지만 45%의 득표밖에 얻지 못했고 5% 득표를 더 얻기 위해서 선거를 치르자는 말을 뿌리치고 대 연정을 했다. 그래서 6개의 장관자리를 사민당에 넘겨주는 대 연정을 했다. 그러면서 함께 만들어낸 것이 질서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정치 시스템과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이다.
   그래서 오늘은 정치시스템과 제가 생각하는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을 말씀드리겠다. 독일은 정권이 바뀌어도 경제정책은 춤추지 않는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연정이 있기 때문이다. 사민당의 총리였던 슈레더 총리가 ‘아젠다 2010’을 하면서 노동유연성을 내세우며 자신의 정권기반에 반하는 정치를 추진했다. 결국 자신은 낙선했지만 그 이후 독일은 메르켈 총리를 배출하고 그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갔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자. 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 대부분 2% 정도의 차이로 당선된다. 그런데 권력을 나누는 형식은 90:10으로 집권여당에게 다 돌아간다. 그러니까 선거 때가 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방을 죽이고 이겨야 하는 구조가 됐다.
   이 구조로 정치인들에게 나이스하게 행동하라고 하면 안 된다. 이런 구조를 바꿔 52:48의 선거 결과가 나오면 권력도 60:40으로 나눠야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은 상태로 계속가면 대한민국 정치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간다. 우리는 해방이후 미국식 정치구조와 미국식 시장경제 시스템을 받아들여 눈부신 성장을 했다. 그 공헌은 인정하고 잊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이제 미국식 정치 시스템과 미국식 시장 경제시스템은 안 맞는다. IMF구제금융 이후 신자유주의가 들어오고, 특히 정치구조를 보면 80년 체제 이래 문민시대로 넘어오게 한 굉장한 기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5년 담임제, 그리고 세계 유일의 미국식 대통령 체제를 하는 대한민국, 이제 그 체제의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이제는 선거 결과가 권력배분 차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조를 만들고, 여야가 힘을 합쳐 중요한 아젠다(structure)를 20년, 30년 함께 실천해 나가야한다.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사회적 시대정신은 권력 분산이다. 대통령이 얼마나 하실 일이 많은데 작은 인사 하나하나를 대통령이 결정하는 시스템은 잘못됐다고 본다. 그래서 경기도에서 연정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경기도지사가 임명할 수 있는 딱 한 자리의 부지사인 정무부지사, 이것을 야당에게 추천권을 넘겼다. 또한 남경필 공약 1번, 김진표 공약 2번 이런 식으로 20개의 공약을 나열해서 여야 합의로 추진키로 했다. 이같은 결과 도 의회에서 예산을 갖고 못 싸움 하는 일 없이 합의가 끝났다. 시작은 늦지만 오히려 안정적으로, 다음 지사를 하는 사람도 여기서 합의된 내용을 뒤집기는 힘들 것이다. 통일 정책. 은퇴 후에 우리 노후를 위한 사회적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 방향, 노사 간 협의문제 등 큰 아젠다 문제는 사실 정권 향배와 상관없이 여야 합의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사회적 시장경제 통해 복지와 성장 이뤄야
   다음으로 사회적 시장경제에 괸해 말씀드리겠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보수의 가치인 건전한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진보적 가치인 사회적 책임을 가져와 시장경제를 지속가능하게 만들려고 한 고민에서 시작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시장경제를 통해 복지와 성장을 한꺼번에 이뤄내고 있는 것이 독일의 경제정책이다. 박정희 대통령께서 사회적 시장경제에 대한 고민을 하셨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정책을 보면 상당히 사회적 시장경제체제였다. 은행에게 기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던 것, 5개년 시장경제개발계획, 이런 것들은 질서자유주의를 통해서 질서 있고 지속가능한 시장경제의 모습을 그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경기도도 지금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 도지사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갖고 하는데, 앞으로 경기도에는 사회적 기업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을 하면서 통계로 살펴보니 작년에 제조업 일자리가 12만개가 늘었다. 그런데 대부분이 자동차 부품회사들이었다.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일자리가 왜 늘어나는가 봤다. 이유는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에서 강력히 주장했던 사항, 즉 몇몇 자동차 회사의 독점, 특히 어느 회사와 거래하는 협력업체는 다른 자동차 회사와 거래를 할 수 없게 한 규약이 있었다. 이것을 풀었다. 이 회사들이 현대와 거래를 하지만 외국 자동차 회사와도 거래하게 하면서 일자리가 10만개 늘었고 그게 경기도에도 많았다. 이렇게 일자리 넘치는 경기도를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일자리에만 모든 기회를 줄 건 아니다. 대기업에게도 기회를 많이 줄 것이다. 대기업밖에 할 수 없는 일들도 많다. 예를 들면 경기도 광주에 가면 약 15만평의 도유지가 놀고 있다. 옛날에 도자기를 해놨는데 거의 시장경제 원리와 맞지 않다. 이같은 부지들을 잘 활용하면 대기업의 참여를 통해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  진행 과정에서도 민간에 주도권을 주고 경기도는 행정적 뒷받침만 하면 된다. 사회적 기업의 강점을 갖는 소프트한 운영은 사회적 기업에 맡기고 대기업만 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망설임 없이 대기업에 맡길 것이다. 특혜 시비 문제 안 될 것이다. 투명하게 사회적 공헌으로 갈 것이다.
   또 하나 앞으로 경기도에서 하려고 하는 게 외교다. 경기도지사가 외교를 한다고 하니 무슨 외교를 하느냐고 비판이 많지만  끝까지 밀고 나가고 있다. 저는 지금 시대에 정말 지방외교가 중요하다고 본다. 대통령께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시고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신다. 그런 외교가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아실 거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어떻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시겠는가. 지금 중국에는 차세대 지도자들이 너무 많다. 광동성의 후춘화 서기, 이런 차기 성장, 서기들은 경기도지사가 만날 수 있다. 이번에 버지니아 주지사를 만나고 왔는데 향후 중요 자리를 맡게 될 것이고, 이런 사람과 외교를 해 놓는 게 특히 통일로 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거라 본다. 특히 대중국 경제외교는 경기도에서 앞으로 계속 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