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언론의 중진 여러분들을 모시고 말씀드릴 기회를 마련해 주신 것에 대해 우선 감사드린다. 한분 한분 모시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여러분들을 한곳에서 뵙게 된 만큼 참으로 의미 있고도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식견과 정보에 있어 탁월한 위치에 계신 여러분들 앞인 만큼 그간 제가 걸어온 과정을 통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오늘의 현상을 짚어보고 또한 우리사회가 보다 나은 사회로 가는 길에 대해서 평소 느낀 바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다소 주제넘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나름의 솔직한 의견을 나누고 싶다는 의미에서 드리는 말씀이니 해량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앞서 소개 부분에서 최연소 기록이 많다고 하셨는데 사실 경력적으로 남다른 면이 많다. 최연소 군수, 시장, 구청장을 했으니 독특하다면 독특한 기록이다. 장관 3번, 국회의원 3번 역임해서 3이라는 숫자와도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선거 토론에서도 저를 묘사하는 단어가 최연소였는데 박근혜 대통령 옆에서 5년간 비서실장을 지내고, 농수산부장관, 안행부 장관을 지나면서 ‘박의 남자’라는 페러디성 별명이 있었으며, 세월호 사태를 피했다는 의미에서 ‘운짱’이라는 별명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느끼고 계시듯이 그간의 경력에 비한다면 정치적으로 유명하지도 않으며, 얼핏 잘 생각이 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는 정치 입문 당시부터 나름의 분명한 원칙과 철학을 가지고 임했기 때문으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정치입문 과정부터가 남달랐다. 정계 진출은 공무원 생활 30년 가까이 하고 난 이후 1994년 김포시장으로 임명된 것이 계기라면 계기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김포에서 시장, 국회의원을 오랜 기간 지내다 보니 나를 김포출신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김포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다. 이후 인천 서구 청장으로 임지를 옮겼는데 김포주민들로부터 시장으로 출마를 강력히 요청받고 좀 당황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출마요구가 워낙 비등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결과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야후보가 합친 것 이상의 표를 얻었다. 첫 선거에서 대승으로 민선시장이 된 것이다. 이때 앞으로 정치생활의 기본이 되는 중대한 결심을 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할 일을 열심히 하자’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할 일을 열심히 하자

    장관에 임명된 것이나 이번에 인천시장에 출마한 것도 비슷했다. 이명박 정부시절 생각지도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농수산부 장관이 되고 이어 새 정부에서 안행부 장관의 자리를 버리고 인천시장에 출마한 것에 대해서도 모두가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안행부 장관을 지냈고 안정된 김포지역의 국회의원 자리를 버리고 인천시장에 출마를 결정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험 아닌 모험을 감행한 것은 ‘인천과 국가를 위해 내가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고 믿었고 이런 믿음에 따라 출마를 결정했다. 그간의 공직생활에 여한이 없고 인천이 내가 필요하고 또 기여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아무런 미련 없이 출마를 결정할 수 있었다. 당시 인천에 아무런 정치적지지 기반이 없다보니 당 차원에서 나를 전략공천하는 문제도 거론됐었다. 경선을 한다면 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도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당히 경선을 택했고 경선에서 승리를 얻어 출마했다, 사실 세월호 이후 여권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수도권에서 인천의 승리를 얻어 겨우 비기는 선거결과가 됐다.
   이렇게 장황하게 지난날들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저를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이다. 인천은 중앙에서 볼 때 인구 300만의 대도시 중 하나이지만 역사 속에서의 인천은 참으로  대단하다. 우리나라 근대사의 최초는 대부분이 인천에서 시작됐다. 철도, 우편, 공원 등등. 인천은 그간 이같은 좋은 자원을 살리지 못했지만 공항, 항만 등은 여전히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송도, 청라 경제자유구역 등은 놀라운 현실적 잠재력이다. ‘인천의 꿈, 대한만국의 미래’ 시정의 슬로건을 걸었던 것도 바로 이란 잠재력을 살리자는 의미에서다. 실제 인천은 2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가 49개에 달한다. 서울은 청계천, 한강밖에 없지만 인천은 송도매립지만 해도 여의도의 20배에 달한다. 영종도 공항 등 새로운 신천지가 펼쳐지고 있어 할 수 있는 경쟁력도 무궁무진하다. 한마디로 인천의 미래가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다. 인천은 새로운 창조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도시다. 시장으로 일하는 동안 힘닫는 데까지 인천의 중요성을 한껏 부각시키고 싶다. 

 성장결과를 행복과 연결시키는 것이 주요한 과제

   우리나라가 나갈 길에 대해서도 외람되지만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나라가 그간 엄청난 성장을 해 온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숫자를 살펴보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소득이 1960년대에 비해 300배 이상 늘었다. 이는 확실한 사실이고 인정되는 일로, 놀라운 기적의 역사다. 최근 우리경제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앞으로도 이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민족의 가슴속에 내재하고 있는 한의 역사가 우리 발전의 욕구를 자극하고 있으며, 우리는 충분히 능력을 갖고 있어 발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담이지만 OECD 회원국 중 하루 식사시간이 한국은 96분인데 프랑스는 135분, 잠자는 시간은 한국이 평균 469분인데 프랑스는 530분, 근로시간 한국은 연간 2,200시간인데 프랑스는 1,400시간이라고 한다. 한국은 많이 일하고 적게 자고 자식을 향한 발전 욕구가 강해 당연한 결과로 발전진행형을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행복하지는 못하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연간 5,000명이면 자살자가 1,500명이다. 한국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실감하고 있지 못하지만 이는 참으로 심각한 문제로, 경제발전에 비해 행복지수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따라서 이제는 그동안의 성장결과를 행복과 연결시키는 것이 가장 주요한 과제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에서 ‘국민행복시대’를 슬로건으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갈등지수를 조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사회가 다른 선진국가들에 비해 갈등지수가 높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압축성장의 후유증이다. 빠른 압축 성장의 결과 빈부격차, 양극화에 대한 반발감이 갈등지수로 남아 있으며, 남북분단에 따른 이념적 갈등, 지역간의 갈등, 세대간의 갈등 등 여러 요인이 뒤엉켜 잔존하고 있다.

 

총론과 각론의 괴리가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이제는 이를 조정하고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쉬어가고 천천히 가야한다지만 이는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 다만 열심히 살면서 갈등을 줄이고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도층이 앞장서야 한다. 특히 총론과 각론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총론에서는 옳지만 항상 자신은 예외로 두는 것은 참으로 큰 문제다. 부동산, 교육 등 여러 문제에서 항상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으며, 정치 지도층의 행태는 더욱 심각하다. 반성해 보면 우리는 정상적인 것보다는 항상 특별하기를 원한다. 일례로 수도가 특별시인 것은 한국밖에 없다. 특별법, 특강, 특별시, 하다못해 제주 특별자치구까지 모두가 특별이다. 이같은 인식은 굉장한 위화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별한 것이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면 정상적인 것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실체적 기능이나 본질보다는 대외적 차별성을 우선하는 것은 큰 문제이며 이제는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려져야 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두가 겸손해지자고 말하고 싶다. 사실 그동안 문제의 원인을 자신보다 남에게서 찾는 문화를 선거를 치루면서 여러번 경험했다.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이유를 분석하면 이기면 모두가 자신이 잘나서다. 하지만 지면 1,000가지 넘는 이유가 있지만 단 하나 ‘내가 못나서’는 없다. 문제는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진정한 해결책이 나온다. 무엇보다 우리사회의 지도층들이 겸손을 먼저 생각하고 자기중심에서 벗어나야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민주주의나 언론자유의 수준도 엄청나게 발전해 세계 수준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 1년은 지난 10년보다 빠르게 바뀐다. 우리의 정치도  변화에 따라가야 하며 정치인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의 역할도 대단히 중요하다. 외람된 말씀이자만 생각해 볼 것은 바로 전문가의 함정이다. ‘다해봤어’라는 생각, 그것이 바로 함정이고 문제다. 이런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면 당연한 결과로 혁신과 변화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겠다. 공직은 시민과 나라를 위해 일하는 곳이다. 타성과 관행을 벗어나야 한다. 국민과 시민은 공무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일부 민선시장이 인사권 등을 자신의 권한으로 착각하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것 같지만 이것이 민선 지치단체당의 철학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내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균형감각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얼마나 잘사는 나라인지, 얼마나 위험한 나라인지를 지도층들이 앞장서서 알려야 한다.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를 자각하고 그동안 모든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 왔다고 인정하자. 그리고 이제는 좀 더 선진적인 문화인 정신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