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언론계 대표 중진들을 모시고 말씀을 드릴 귀한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먼저 감사드린다. 주요 언론에서 경제부문을 담당하고 계신 분들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유서 깊은 모임인 만큼 오늘의 시간이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현안 해소를 위한 정책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현재 우리 부처가 수출활력 회복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중인 정책방향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고 가능하다면 이와 관련한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도 들어보고 싶다. 주지하고 계신 바와 같이 최근 우리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그간 우리경제를 이끌어 왔던 주력산업들이 하나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던 수출에도 경고들이 켜졌다. 지난 1986년 산업정책의 기조를 바꾼 이후 30년 만에 다시 정책 전반에 대한 방향성을 점검해 볼 시점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점에서 경제현장의 변화에 가장 가깝게 위치해 있는 언론계 여러분들의 의견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선 수출의 경우 세계적인 수출부진 상황 속에 우리도 심각한 부진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 감소는 최근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미 2012년부터 부진의 양상을 이어왔다. 이런 흐름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지난 2015년의 경우 1년 내내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현상은 우리만이 아니다. 일본, 중국 등 우리의 주요 경쟁국은 물론 선진 제국의 수출 또한 급감하고 있으며 낙폭이 심화되고 있다. 2015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8.0%를 기록했지만 네덜란드(-15.7%), 이태리(-13.4%), 프랑스(-12.9%), 독일(-11.1%) 일본(-9.4%), 영국(-8.9%), 중국(-2.9%) 등도 하나같이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이같은 수출부진에는 경기와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부진으로 지난 2000년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이 정체 또는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교역량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2014년을 고비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글로벌 수요 자체가 심각한 상황을 위축되고 있다. 수출 주력산업의 해외생산 비중이 확대되는 것도 영향이 크다. 우리의 대표적 수출 주력산업인 자동차, 휴대폰, LCD의 해외생산 규모는 지난 2008년에 비해 2014년 각각 27.6%에서 49.8%, 45.0%에서 86.3%, 0%에서 13.2%로 급격히 증가했다.  

 주력상품 세계시장점유율 이미 중국에 역전 
   내부 상황의 변화와 함께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과 이에 따른 주력 품목의 경쟁력 저하도 중요한 원인이다. 특히 중국이 중간재 수입을 통한 가공수출에서 벗어나 여러 분야에서 우리와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면서 우리 주력상품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으며, 세계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주요산업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0년 자동차(2,5% vs 0.7%), 철강(4.3% vs 2.7%), 석유화학(3.3% vs 2.1%), 조선(35.1% vs 7.0%)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중국을 앞섰다. 하지만 2013년에는 자동차(5.5% vs 4.2%), 철강(5.8% vs 11.5%), 석유화학(5.7% vs 6.9%), 조선(45.1% vs 36.1%) 등 조선을 제외한 모두에서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역전되고 있다. 중국 상품의 경쟁력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대표적 효자 상품인 휴대폰의 중국 시장 점유율 변화를 보면 더욱 분명히 나타난다. 지난 2014년 중국 휴대폰 시장의 점유율 순위는 삼성, 샤오미, 화웨이, 애플, 비보 등으로 삼성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015년에는 이 순위가 샤오미, 화웨이, 애플, 비보, 오포로 바뀌면서 삼성은 5위권 밖으로 밀리는 수모를 당했다. 그만큼 중국의 추격이 주력산업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상황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주력제품의 시장과 품목 다변화, 유망 제품의 수출신장률 확대, 중소 ․ 중견기업 및 온라인 수출의 확대 등 수출 저변 확충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는 새로운 대체 수출 주력품목 창출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판단되며, 현재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우선은 발등의 불부터 끄라는 말이 있듯 그동안 효자 노릇을 톡톡해 왔던 주력제품의 시장과 품목 다변화를 통한 수출 감소세 최소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수출 주력시장에서의 추가 기회 발굴과 전략시장 확보에 모든 통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수출 대상국인 중국에 대해서는 한중FTA를 활용한 내수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유통망 진출, 통관과 비관세장벽 해소를 위해 3월 중 한중통상장관 회의 및 산업장관 회의가 진행되며, 식품과 콘텐츠를 중심으로 중국자본 유치에도 나서 올해 25억불을 유치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2월 한미 항공산업 협력포럼을 진행하는 등 첨단소재와 부품에서의 협력과 수입규제 대응에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IT, 전력기자재 등 신규시장 진입을 위해 GP Jpan(5월), 한일 산업기술 페어(10월) 등이 계획되어 있다.

화장품 등 5대 유망소비재 새로운 전략상품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전략시장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이란, 인도, 베트남 등은 향후 우리의 중요한 시장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한 만큼 이들 국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은 전통 주력시장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최근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대외 경제활동이 가능해진 이란은 매우 중요한 나라다. 이란은 석유매장량을 중심을 경제력이 충분하며 중동에서 유일하게 제조업 기반을 갖춘 나라로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이 매우 크다. 따라서 우리의 수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유망한 시장이다. 이란에 대해서는 지난 2월 29일 한 이란 경제공동위원회를 재개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정부 차원은 물론 민간 차원에서의 다양한 협력 모멘텀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인도와는 CEPA개선협상, 자동차 ‧ IT 등에서의 현지 기업협력에 힘쓰고 있다. 베트남은 FTA활용 촉진 센터를 하노이와 호치민에 구축하는 등 이미 상당 수준의 경제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ODA 기반 농기계 시장에 진출하는 등 활동 폭을 넓히면서 베트남은 새로운 한국의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여담으로 말씀드리면 지난 2월 진행된 한 이란 경제공동위에서는 ‘한국이 너무 늦게 반응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이란축의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리는 이란이 경제봉쇄를 당하는 와중에도 이란을 떠나거나 외면한 적이 없으며 10년 100년을 내다보는 동반자 관계로 생각하고 있다는 진심어린 설명을 했다. 이런 진심 어린 설명이 통하면서 금융, 교역 등 다각적인 분야에서 현안들이 해결되고 향후 장기적인 진정한 성장의 동반자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협력 프로젝트 구체화를 위한 제도적 틀을 구축했다. 실제 도시재개발, 남북 연결 철도 도로망, 등 인프라 구축 공동조사, 발전설비 개량사업 참여확대 등 주요 프로젝트에 우리기업의 참여 확대를 요청받는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
  유망품목의 수출 신장율 확대도 수출활력 회복을 위한 핵심 과제인 만큼 새로운 유망 품목을 육성해 주력품목의 수출을 보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수출 유망 소비재로 부상하고 있는 화장품, 의약품, 농수산품, 패션의류, 생활 유아용품 등 5대 소비재의 수출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상품의 경우 당장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신장률이 매우 높아 화장품의 경우 2016년 1월 대비 2월 수출증감률이 22.4%에 달할 정도다. 이들 제품에 대한 시장 확대를 돕기 위해 중국(시안 등 3개소, 5월), 브라질(리우 올림픽 계기, 8월) 등 한류와 연계한 대규모 5대 유망 소비재 공동 박람회도 준비중이다.
  유망 소비재의 경우 전망이 밝다. 경제수준이 높아질수록 생활과 밀접한 고급 소비재 시장은 확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산의 경우 합리적 가격으로 세계 소비자들의 만족을 높일 수 있어 시장의 잠재력도 크다. 그동안 국내시장만으론 규모의 경제가 되기 어려웠지만  중국이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어 규모의 경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선진국에 서도 소비재 시장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만큼 이들 상품에 수출 가능성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유망 소비재에 이어 문화 콘텐츠, 플랜트, 의료서비스 수출도 본격화 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 중이다.
  중소 ‧ 중견기업의 수출기업화를 촉진하는 것도 중요한 대안의 하나다. 현재 많은 중소 ‧ 중견기업들이 수출에 참여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의 중소 ‧ 중견기업들에게 세계시장은 만만치 않다. 이들을 도와 내수기업이 수출기업화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 현재 3000개 정도인 수출기업을 50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외 중견기업의 글로벌 전문기업화를 유도하는 방안과 함께 온라인 수출 비중을 확대하는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 중이다.    

 산업정책 방향 민간주도로 획기적 전환
   보다 근본적으로 수출활력을 회복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체 주력상품 창출을 가속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신산업을 조기 창출하고 주력산업을 더욱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 이같은 중장기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왕의 산업정책 방향에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만큼 그간의 정부 주도형 산업정책 방향을 민간주도로 획기적으로 전환하도록 노력하겠다. 우선 신산업 창출 가속화를 위해 민간의 신산업 투자성과를 조기 가시화 할 수 있도록 네거티브 규제 심사, 시장출시 FAST TRACK제 도입 등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신산업 창출을 가속화 하겠다. 이어 R&D 인력 금융 세제 입지 등에 대한  전방위적 집중지원과 업종간 합종연횡이 가능한 용합 플렛폼 마련을 통해 신속한 사업재편과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주력산업 고도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정책 방안 마련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정리하겠다. 진화론을 이야기했던 다윈은 적자생존을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변화에 적응하는 산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다. Klaus Schwab WEF회장의 이야기대로 새로운 세상에서는 큰 고기가 작은 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고기가 느린 고기를 잡아먹는 시대다. 하지만 이것도 이제는 낡은 이야기다. 스티브 잡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는 적응과 속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의적이고 기존의 틀을 깨는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창의적이고 틀을 깨는 사고를 바탕으로 세상이 본질적으로 원하는 것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수출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우리경제가 산업경쟁력을 다시 찾을 수 있기 위해서는 이런 사고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민과 관이 합심하여 속도감 있는 정책 실현을 통해 우리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