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원칙만 강조하면 우리경제 희망없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2016 년 10 월 03일 (Mon) 02시 10분 한국경제언론인포럼    

경제부분의 양극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관련, 경제민주화를 일관되게 주장해 온 김종인 전 더민주당 대표는 최근 진행된 한국시장경제포럼에서 “기득권은 현재와 같은 상황 유지를 원하지만 이대로는 한국경제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부분의 양극화가 심각한데 해소를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이런 상황에서 자본주의 원칙만 강조한다면 시장경제가 추구하는 효율과 안정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을 요약한다.


  먼저 언론계를 대표하는 여러분들을 모시고 말씀드릴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소개 말씀에서 특별한 연사를 모신만큼 기대가 크다고 했는데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울러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내 소신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비밀스러울 것도 없고 보도를 막을 이유도 없다. 하지만 보도와 관련해서는 나름의 관행이 있다고 하니 그동안의 관행대로 했으면 좋겠다. 지난 경력과 나이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는데 사실 우리나라와 같이 정년이란 기준에 따라 은퇴하는 풍토는 개인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다. 많은 사람들이 일찍이 은퇴를 하고 이후 삶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지만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정년이란 것이 별도로 없다. 나이에 관계없이 일할 수 있고 능력이 되면 일하는 것이며, 그간 나름 건강과 젊음을 유지해온 비결도 바로 계속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시장경제포럼이란 명칭을 보면 시장경제의 활성화에 관심이 많은 모임으로 보인다. 모임이 추구하는 바가 오늘의 주제가 될 경제민주화란 화두와 다소 어긋날 우려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는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 이를 더욱 효율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시장경제원리 작동을 일정부분 규율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제도화하면 기득권이 불편할 수 있다. 그동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득권은 현재와 같은 상황 유지를 원한다. 하지만 이대로는 한국경제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사회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 걸쳐 전반적인 분열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경제부분의 양극화가 심각한데 해소를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주의 원칙만 강조한다면 시장경제가 추구하는 효율과 안정은 불가능하다.

김종인 약력
1940년 7월 11일 서울생
중앙고/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
독일 Münster 대학 동대학원 졸업 (경제학 박사)

경력
1973.03 ~ 1988.02  서강대학교 경제학 교수
1981.04 ~ 1985.04  제 11 대 국회의원
1985.04 ~ 1988.04  제 12 대 국회의원
1989.07 ~ 1990.03  보건사회부 장관
1990.03 ~ 1992.03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
1992.05 ~ 1994.09  제 14 대 국회의원
1996.11 ~ 1997.01  독일 Alexander von Humboldt 재단 초빙교수
2003.06 ~ 2004.04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원로경제인 분과)
2003.09 ~ 2004.03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석좌교수
2004.05 ~ 2008.05  제 17 대 국회의원
2008.09 ~ 2010.05  국회의장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위원장
2016.01 ~ 2016.04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2016.01 ~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2016.05~  제 20 대 국회의원

 

 

성공한 자본주의는 모순을 시정하면서 발전   
  경제민주화란 화두가 갑자기 등장한 것도 아니다. 돌이켜 보면 1987년 개헌작업을 하면서 경제민주화 개념을 어렵게 포함시켰던 기억이 새롭다. 경제민주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그동안의 관록을 볼 때 당시 개헌 작업 참여하는 자체가 어려웠을 것인데 아마도 야당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헌법특위 경제분과 위원장에 임명되었던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경련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경제민주화 개념이 헌법에 포함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홍보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도를 했다. 전경련 회장이었던 정주영 회장이 선두에 나서 지휘했으며, 세미나 참석을 통한 토의도 요구해 왔다. 당시 속초에서 진행됐던 세미나를 회상해 보면 개헌 내용과 관련해 국내 저명학자들을 앞세워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을 통해 시비를 걸어왔다. 하지만 이들의 자본주의의 기본에 대한 설명과 주장에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대응했다. 자본주의는 국가별 시대별 사정에 따라 차별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강조했으며, 특히 성공한 자본주의는 모순을 시정하면서 발전해 왔다고 설명했다.
   시장경제는 강자의 독식을 기본으로 한다. 수요공급의 원칙, 가격결정의 원칙, 효율 강조 등 이런 원칙에 따른다면 부의 집중은 피할 수 없다. 인간의 탐욕이 발전의 원동력이 됐지만 이것이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독일의 비스마르크는 일찍이 이를 간파하고 사회입법을 통해 이런 자본주의의 부작용들을 시정하려고 노력했다. 당시에도 기업인 등 경제세력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정부가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시정하기 위한 시책들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시회법의 발전이 시작됐다. 이러한 사회입법들은 향후 독일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에 든든한 기초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면서 자본주의 위기에
   반면 한국은 그동안 미국식 자본주의를 맹종해 왔다. 하지만 그것도 제대로 따라한 것이 아니다. 미국도 남북전쟁 이후 그동안 축적됐던 자본주의에 부정적인 요인들을 시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왔다. 일례로 남북전쟁 이후 링컨은 “미국의 질서 없이 자라난 경제적 세력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이후 수많은 논의를 거처 1890년에 셔먼법(미국 연방의회에서 각 주간 또는 국제거래에서의 독점 및 거래제한을 금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률. 셔먼 반(反)트러스트법이라고도 한다/Sherman Act)이 만들어 졌다. 이어 독점 재벌의 시장독점 타파를 위한 여러 조치들이 만들어지고 심지어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독점 자본가들을 법정에 세우기도 했다. 20세기 초 록펠러 재단 등 대규모 재단들이 줄줄이 생겨난 것도 바로 이런 조치들에 따른 결과물이며, 특히 루즈벨트 대통령은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기 위하 각종 조치들에 힘을 쏟았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유도와 세법을 통한 제도적 정비, 반독점법 등 수십년에 걸친 변화를 통해 오늘날 미국의 자본주의가 이뤄진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최고로 위대한 대통령을 꼽으라고 한다면 워싱턴, 링컨 그리고 이런 개혁을 시도한 루즈벨트를 든다. 루즈벨트가 오늘날 미국 사회의 경제구조의  기초를 새롭게 다진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1970년대까지 여러 입법을 거치면서 미국은 세계를 이끄는 위대한 나가가 되고 독일과 비슷한 social state를 이뤄낸다.
  하지만 1980년대 레이건 이후 신자유주의 풍조가 유행하면서 경제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사회가 양분되면서 지금과 같은 혼돈이 지속되고 있다. 바로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면서 자본주의의 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업가, 특히 금융자본의 중심인 월가의 탐욕이 위기의 원인이다. 탐욕과 이에 따른 위기는 이제 금융에서 실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오늘날 일본의 상황에서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모법적인 경제발전을 이뤄왔다. 하지만 이후 20년간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궁지에 몰려 아베노믹스를 진행하고 있지만 절대 성공할 수가 없다. 바로 근본적인 구조조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가 여러 노력을 했지만 재계의 완강한 반대로 구조조정은 여전이 지지부진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경제민주화 관련 사항을 정부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에 일환으로 2012년 박근혜 켐프에 참가해 산업구조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공약에 엄연히 포함됐던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각종 정책들은 당선과 함께 공염불이 되었다.

 

정권 바뀔 때마다 경제민주화... 결국 공염불
  우리가 지향하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시장의 방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과 정부와의 관계를 분명히 설정해야 하며 정부는 작아야하지만 강력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보완해야 효율을 발휘할 수 있으며 포용적 성장이 가능하다. 시장경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보완해야하며 방치하면 시장경제의 동력을 상실한다. 일례로 2차 세계대전이후 세계의 질서와 경제발전의 방향을 제시했던 포츠담회담에서도 지나친 경제의 집중은 경계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1949년 중국의 공산화, 베트남 봉쇄 등을 거치면서 공산주의 확대 방지를 위한 흐름이 강화되면서 안타깝게도 이같은 취지는 흐지부지 됐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한국은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추진되면서 의도적인 자원의 집중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진했으며 이후 필연적인 결과인 경제력 집중으로 재벌이 탄생했다. 이후 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1975년 경제개발정책 변경을 건의했었다. 경제발전을 통해 필연적으로 경제세력이 커지게 되며, 우리의 경우 정부정책에 의한 경제력 집중으로 단기 압축성장을 달성했지만 이제는 이에 대한 한계를 두고 개발계획을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경제세력이 나라의 모든 것을 장악하는 것을 걱정하는 건의서를 작성했다. 이에 대해 당시 박대통령의 지시로 건의서 내용을 반영할 정책 입안 작업을 진행했지만 안팎의 집요한 방해로 결국 건강보험 하나 만들고 해체하고 말았다.
   이후 1026 사태로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노동시장과 기업의 지배구조개선 등에 대해 다시 검토 요청을 받고 이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추진 중에  전경련 등의 개입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아마도 전경련은 당시 이런 경제민주화 조항이 헌법 조문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김우중 회장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근로자 경영참여 조항 등이 헌법에 포함되는 것을 걱정해 당시 전경련이 홍보위원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수차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후 다시는 경제민주화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다짐도 했었다.   

 

더 이상 미루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 치룰 것
  안타깝게도 비슷한 현상은 최근에도 반복되고 있다. 2012년 박근혜 장부가 경제민주화를 공약에 포함시켰지만 이후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가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양극화, 소득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이 진행된 것이 없다. 2012년 조사에서 미국 다음으로 소득격차가 심한나라로 조사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도 지금은 미국보다 더 나빠졌을 것이다. 더욱이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양극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모든 것을 노동시장을 압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소득분배가 초기단계에서부터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이를 해결해 나가지 않는다면 양극화는 향후 사회적 문제로 부상할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법부터 개정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집중은 피할 수 없지만 시장이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최근의 한진해운 등의 사태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중요한 투자나 의사결정이 오너의 독단보다는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한다는 결정적 증거이며 바로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이유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경제민주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 경제의 효율성과 사회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자본주의는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통해 발전해 왔다. 반면 우리경제는 지난 70년대 이후 시장경제의 원칙만 앞세우며 그대로 유지돼 왔다. 이제는 절대로 변화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시장경제를 공정한 규칙으로 규율하여 시장경제 본연의 효율화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도입하기 힘들다고 아무도 이를 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룰 것이다.
  지금도 여러 정치세력들이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삼고 있지만 그 실천여부는 회의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약으로 발표했지만 방향설정조차 못하고 있으며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사실 새누리당의 지난 총선 실패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결여가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하며 이같은 선거결과는 당연한 것으로 예상했었다. 새누리당 뿐 아니라 다른 정치세력들도 마찬가지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실천이 회의적이다. 안타깝지만 경제세력의 힘이 너무 세졌기 때문에 결국 개헌이나 2018년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