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
      2016 년 12 월 14일 (Wed) 01시 12분 한국경제언론인포럼    

경기부진과 함께 중소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관련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최근 한국시장경제포럼에 참석 “중소기업 거래관계의 특징은 한마디로 수직적 거래관계, 즉 하청이다”“이것이 모든 부분에서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비대칭적 교섭력의 원인으로 자발적인 기술혁신 유인을 저하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장의 발언을 요약한다.


  국내 유수언론의 경제전문가들을 모시고 중소기업과 관련한 사항을 말씀드리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중소기업 연구원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나름 전문가를 자처해 왔지만 여러 분야에 다양한 지식과 경륜을 겸비하신 여러분들과 함께 한국 중소기업의 더 나은 발전과 미래를 위해 고민해 보고 고견도 듣고 싶다. 시간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가능하다면 중소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에 관해 언급해 보도록 하겠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다. 사람들이 중소기업과 관련해 떠올리는 생각은 ‘부족하다’ ‘힘들다’ ‘하도급’ ‘제조업’ 등 다분히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이 미래에는 ‘유연하다’ ‘새롭다’ ‘빠르다’ ‘서비스’ ‘글로벌’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로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경제도 미래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중소기업이 우리경제 전체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2014년)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사업체 수로는 354만여개로 전체 사업체 수의 대부분(99.87%)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자리는 전체 기업체 종사자의 87,9%를, 생산 부가가치에 있어도 전체 기업의 47.6%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그 위상이 만만치 않다. 
  이해를 돕기 위해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도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중소기업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거래관계에 대한 이해다. 중소기업 거래관계의 특징은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바로 수직적 거래관계, 즉 하청이다. 이는 우리경제의 발전과정에서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한 부품업체 육성과정에서 기원한다. 정부는 지난 시절 경제개발과정에서 부품업체 육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1975년 계열화 촉진법을 계정했으며 육성방안으로 일본식 하청제도를 채택했다. 그 결과 1980년대 이후 우리산업 구조가 중후장대형 산업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생산성, 임금, 기술력 등 모든 부분에서 확대되기 시작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수치를 통해 살펴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생산성격차는 29.1%(2011년 기준), 임금격차는 62%(2013년 기준), 장기근속은 2013년 기준으로 대기업이 평균 근속 10.7년 중소기업은 4.7년, 기술 격차는 중소기업의 기술수준이 세계 최고수준 대비 8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세종 약력
전북대 경제학 박사
전북대 경제학 석사
전북대 경제학과 /금오공고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중소기업위원장
제5대 중소기업연구원 원장(2014.08~ 현)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공정경제분과)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명지대학교 금융지식연구소 연구교수
NIRA(일본) 초빙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
상훈 : 국민훈장 동백장

 

 

하청구조, 전속거래가 비대칭적 교섭력의 원인   
  이같은 저임금 기반의 낮은 중소기업의 생산비는 대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해 한국의 대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원천으로 작용해 왔다. 하도급 운영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도 지속적인 거래관계는 대기업에게는 안정적 부품확보를 통한 안정적 시장 확보라는 장점이 있다. 반면 특정 대기업에 종속되어 전속거래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모든 부분에서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비대칭적 교섭력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부품단가의 결정이 시장보다는 대기업이 구매정책에 좌우되어 자발적인 기술혁신 유인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경제 여건의 변화에 발맞춰 하청거래 방식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단계에 왔다고 생각한다. 현재와 같은 수직적 거래관계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육성되지 못하는 구조다. 우리에게 하청이라는 구조를 제공했던 일본은 이미 수직적인 하청에서 수평적인 횡청구조로 전환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새로운 역할과계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단기적으로 이같은 변화가 어렵지만 수직적 거래관계 개선의 핵심인 공정한 거래문화 정착을 통해 이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아직도 대부분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업무가 서면화 된 계약서보다는 구두계약으로 진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소위 말하는 ‘대기업 갑질’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서면계약 통해 대기업 ‘갑질’의 근거 없애야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가장 빠른 방안 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만간관계의 계약을 법으로 강제하기란 쉽지 않다. 현재도 하도급법에 단가보호조항 등이 있지만 이는 유명무실한 조항이라고 생각한다. 하도급 업체가 원청업체를 상대로 법적인 보호를 청구하기란 실제 회사를 접을 때가 아니면  하도급 분쟁을 신청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서면계약을 통해 ‘갑질’의 근거를 없애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납품단가, 전속거래 등에 대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평적 거래관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기업이 사업영역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이 먼저 개척한 시장에 무임승차하거나 소상공인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시장에 진입할 경우 중소기업은 대항의 여력이 없다. 실제 사전적 진입규제(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 폐지 이후 대기업의 사업영역 확대로 인한 갈등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는 나름의 현실적당위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를 위한 법제화 추진에는 보호대상 업종(품목) 선정, 보호기간, 중기업과 소기업의 경쟁으로 인한 중소기업 내부의 갈등 등 많은 문제점들이 있는 만큼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법제화 등을 통해 개입할 경우 중소기업보호와 육성이란 단기적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지속 가능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또한 시장의 변화에 따라 업종도 빠르게 달라질 수 있어 법제화 이전에 대기업이 보다 자율적으로 규제에 동참해 법제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유통의 수직계열화에 따른 골목상권 보호도 중요한 사항이다. 유통시장의 개방에 따른 대기업 및 외국계 유통기업의 국내 진출로 유통시장은 무한 경쟁의 시대로 돌입했다. 국내유통시장은 유통 4사간 과점구조가 심화되었으며, 유통의 수직계열화로 인한 업태간의 경쟁도 제한되어 유통업 및 중소기업의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 따라서 유통시장의 경쟁구조 개선은 유통업체간의 경쟁을 통해 소비자 후생 및 중소기업의 판로확대로 유도해야 하다. 하지만 이 부분도 골목상권 보호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선택의 중요성이란 부분도 간과할 수 없어 정책 추진에는 한계가 있다.  

 

정책방향, 불균형 해소에서 성장촉진으로
  중소기업의 미래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선 글로벌 환경부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FTA/역내 자유무역, 서비스 시장 개방 등으로 기업의 업종과 규모를 불문하고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배출가스 규제, 유해물질 적용규제, 기후변화 협약 등 환경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산업혁명 4.0, 제조업의 서비스화 등 제조기술의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에너지 고갈 물과 식량의 부족 등 자원 부족도 심화되고 있다. 국내적인 여건도 만만치 않다. 고령화,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 세대간 고용갈등 등 인구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으며 글로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산업구조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경기 침체, 내수와 수출간의 괴리, 중국의 내부 정책변화 등에 따른 경기변동성 확대 저성장 국면의 고착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하나같이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는 중소기업에게 위기와 동시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은 앞서 언급한 경제여건의 변화 등 정책환경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는 방향을 수립되어야 한다. 또한 경제성장과 공동체 발전이라는 두가지 측면을 염두에 두고 중소기업 지원의 정책가치를 배분하여야 하며 이같은 정책가치의 변화에 부합되도록 정책기조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요약하면 이제까지의 불균형 해소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 기조를 성정촉진, 경제 혁신, 생산성 향상, 일자리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으로 바꿔 혁신성, 지속가능성, 다양성을 통해 효율성과 형평성 간 균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이를 위한 향후 추진과제로는 생산성 향상, 창의와 혁신인프라 구축, 글로벌화, 기업성장, 공정한 거래문화 정착 등이 대내외 여건변화를 고려할 때 향후 중소기업 정책의 핵심과제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중소기업의 미래는 경쟁력, 창의력, 자생력 등에 달려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3D프린트 등 새로운 제조와 서비스 혁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 사내 아이디어 교류 및 활용, 개장성 혁신, 연구개잘 투자 확대 및 사업화를 통한 창의력 배양, 기술혁신, 인력문제, 글로벌화 등에 대한 자구노력 강화를 통한 자생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 대기업과의 협업,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도 중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자생력 강화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살고 우리 경제도 산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의 중소기업들은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중소기업이 제대로 살아남아야 우리경제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