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언론사 중진 여러분들을 모시고 말씀드릴 쉽지 않은 기회를 주신 점에 먼저 감사드린다. 귀한 시간인 만큼 우리나라 금융상황과 관련해 평소 생각해온 바를 간략히 말씀드리고 이에 대한 여러분들과 고견을 듣고자 한다.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이 작금의 우리나라 금융상황과 문제점을 누구보다 현실감 있게 소상히 파악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최근 자본주의의 근간에 대한 회의가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국가의 흥망은 부의 축적과 깊은 관련이 있어 왔다. 그렇다면 무엇이 국가의 흥망과 직격된 부의 축적 여부를 결정해 왔는가? 역사적 사실을 되짚어 보면 관용과 개방이 바로 세계 재패의 비결이었으며 개방과 관용의 상실은 곳 쇠퇴의 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관용과 개방, 그리고 혁신을 기치로 내걸었던 로마제국, 대영제국, 미국의 성공과 불관용, 폐쇄성이 득세하면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오스만제국, 무국제국, 명나라 등에서 이는 잘 증명된다. 또한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법과 제도를 운용한 국가와 소수집단만의 이익을 위한 제도를 선택한 국가도 운영이 갈렸다. 여러분들도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여행해 보셨겠지만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선으로 양분된 노칼레스시는 담장 하나 사이로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인다. 이는 남한과 북한의 현실에서도 잘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는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산업별로는 상당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소통과 지원을 원칙으로 한 상공부, 건설부, 교육의 관장 분야인 제조 수출, 건설, 교육 분야는 나름 상당한 발전을 이룩했다. 반면 통제와 과잉보호의 관점에서 접근했던 재무, 보건사회, 제약, 농림수산, 중소기업청 관련 업종은 상대적인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이는 지극히 단선적인 비교일수 있다. 하지만 개략적인 의미에서 그리 틀린 평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장을 통제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있게 마련   이런 지난날의 부작용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시장의 힘에 대한 신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반목해 말할 필요도 없이 시장의 역동성은 인류발전을 이끌어 온 가장 강력한 힘이다. 어떤 이유로던 시장을 억압하고 통제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라는 사실은 지난 역사의 여러 사례들이 증명하는 바다. 물론 시장은 만능이 아니다. 분명히 한계가 있다. 심화되는 빈부격차. 양극화, 불평등, 기회의 불균등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현상들이 생겨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정책을 통해 수정할 수 있다. 정부는 정책을 통해 개입해 보이지 않는 손의 한계를 조정하고 시장실패를 보완, 수습하는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나서 시장의 실패를 치유할 방안은 적지 않다. 세금의 차이를 이용한 국경간 자금의 이동을 억제하거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최고 경영자와 직원간 임금의 배율을 정하거나 고소득 개인이나 법인에 대해 누진세를 확대하는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한 치유방안이 한 사례일 것이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는 사회적 태생적 취약 계층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경쟁 낙오자도 인간답게 살게 해주는 복지시스템을 만들어 가야한다. 단순한 일률적인 평등을 넘어 부족한 점을 매워주고 균형 잡힌 경쟁이 가능토록 하는 공평한 사회가 자리잡아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시급한 국가개혁 과제들도 많을 것이다. 우선 금융개혁 등 각종 규제의 철폐, 공공개혁을 통한 인사 및 기능의 혁신, 노동개혁을 통한 고용의 안전성과 급여의 유연성 확보, 교육개혁을 통한 암기 위주의 시험 개혁 등이 시급한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가계자산의 비금융자산 비중 너무 높아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본사장의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평소 생각해 온 바를 간략히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비약적인 경제도약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하지만 각종 규제나 정부의 과도한 개입 등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금융산업의 수준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계 유수의 평가기관인 WEF(World economic forum)이 2016년 138개국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금융수준은 80위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해 IMD가 61개국을 상대로 조사한 국가경쟁력 조사 결과에서도 37위로 평가 받았다. 하나같이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전체 경제수준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가계자산의 구성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 자산의 특징은 선진국에 비해 비금융자산, 특히 부동산에 대한 편중이 여전히 심하다는 것이다. 주요국의 2015년 가계자산 구성을 비금융자산과 금융자산으로 나눠보면 한국은 63.1% 대 36.9%로 나타난다. 미국(29.9%, 70.1%), 일본(36.5%, 63.5%) 영국(48.2%, 51.8%)에 비해 비금융자산의 비중이 매우 높다. GDP 대비 가계 부동산의 규모도 한국이 347%로 미국 169%, 영국 301% 등과 비교해 높게 나타난다. 금융자산의 비중이 낮기도 하지만 질적인 내용도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산업이 은행에 편중해 발전해 오다보니 자산운용에 있어도 여전히 은행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 가계금융자산은 예금에 편중되어 있으며, 주요국에 비해 은행자산의 규모가 크다. 국별 가계금융자산의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은 보험연금 31.8%, 금융투자상품 23.8%, 현금 예금 43.7%로 나타난다. 이는 미국(31.3%,50.2%,13.7%), 일본(29.7%,15.6%,51.9%), 영국(59.4%,13.0%, 24.3%), 호주(55.9%,18.0%,22.5%)와 비교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GDP대비해 은행자산의 규모는 한국 144% 호주 128% 일본 185% 영국 144% 미국 60%로 나타난다. (2015년. 세계은행)
 

금융, 자산운용산업 중심으로 발전해 가야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을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금융산업이 자본시장, 특히 자산운용 중심으로 발전해 가야한다. 일례로 호주는 자산운용산업을 중심으로 금융 강국으로 빠르게 도약하고 있다. 호주의 각종 연기금 등 펀드자산 규모는 세계  4위이자 아시아 1위다. GDP와 대비한 금융산업의 비중도 높아 2016년 기준 한국이 6.7%를 기록한 것에 비해  호주는 9.4%(호주 통계청)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호주의 발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자산운용산업을 중심으로 금융산업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연금자산의 급속한 증가로 자산운용산업이 금융산업의 증심이 되고 또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자료에 따면 우리나라의 연기금 규모는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더할 경우 2016년 1,321조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2118년 1591조원, 2020년 2029조원에 이어 2030년이면 434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연금 규모가 이같이 커지면 이에 대한 효과적인 운용을 위해 다양한 자산운용기법이 도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낮은 해외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필수다. 현재 해외포트폴리오 투자 비중은 한국이 13%(공공부문 증심)로 G7 국가 평균인 71%에 비해 턱없이 낫다. (2013년 자본시장연구원 ).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자산운용산업의 발전은 필수적이다.    자산운용은 결국 수익률 시현에 의해 평가 받는다. 우리의 경우 주식시장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정적이다. 아마도 그간의 변동성 큰 시장에 잘 적응하지 못한 여러 가지 부정적 상황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에따라 각종 자산의 운용에 있어 주식의 편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주식은 가장 높은 수익을 시현해 줄 수 있는 최고의 투자 대상이다. 지난 30년간의 자료에 따르면 주식시장은 가장 효과적인 자산운용 수단이었다. 주요의 주식시장을 보면 지난 30년간 홍콩 14.3, 한국 13.3, 미국 13.0, 독일 8.7, 영국 5.1의 투자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난다.(1986년 1월 1기준. 블럼버드 자료 참조) 이는 다른 투자수단의 수익률을 압도하는 실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 30년간의 투자 자산별 누적수익률을 살펴보면 주식 1,837%, 채권 1,134%, 예금 623%, 부동산 446%, 금 328%, 원유 124% 등으로 나타난다(주식은 배당수익을 포함, 부동산은 강남아파트 기준/한국거래소). 주식투자의 결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가장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