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언론기관의 중진 여러분들을 모시고 말씀드릴 귀한 기회를 마련해주신 점에 먼저
감사드린다. 제한된 시간인데다 귀한 기회인만큼 가능하면 말씀을 드리기보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잘 알고 계시듯 전경련은 현재 매우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 대기업들의 연이은 탈퇴로 주요 수입원인 회비가 종전의 30% 수준으로 줄었다. 한마디로 위기 국면이다. 임원은 11명에서 6명으로 줄었으며, 240명이 넘던 직원수도 90명선으로 줄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원(박사)도 26명에서 12명으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이라 전경련 상근부회장과 한국경제연구원 원장도 겸하고 있다. 특별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인 셈이다.
  전경련이 난국에 처하면서 기업들의 어려운 입장을 대변할 창구가 좁아지고 목소리 또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해 필요할 경우 나름의 역할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최근 포항 지진복구를 위한 민간 모금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그동안 기업들은 세월호 참사, 국가적 사업인 평창 동계올림픽, 지난 MB 정부의 미소금융 설립 등에 상당규모의 기금을 기탁하며 사회나 국가적인 사안들에 많은 힘을 보탰다. 그리고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전경련도 일정한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이런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정치 사회적인 상황의 변화로 기업들은 역할에 걸맞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을 대변할 창구도 사라지고 있다. 전경련으로서도 어려운 측면이 많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에 전경련이 일정부분 관련되어 있다는 판단이고 보니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고사하고 언급 자체가 어렵다. 따라서 오늘은 우리 경제나 기업경영의 전반을 놓고 볼 때 최근의 흐름에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 만큼 이를 간과하지 말아야한다는 의미로 원론 수준에서 몇가지 말씀 드리고자 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와 관련한 여러분들의 고견도 함께 나누고 싶다.

한때 아시아의 4마리용... 작금의 현실 안타까워    돌이켜 보면 그동안 4번의 정부를 거치면서 공직자로서 핵심적 위치에서 국가의 주요정책들을 나름 성실히 입안하고 또 집행해 왔다고 생각한다. 여러 어려움도 많았고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외환위기 당시 청와대 경쟁력 기획단에 근무하면서 위기의 중심에서 일했던 상황이 기억에 새롭다. 특히 당시 모 장관님께서 “외환위기는 말 못하는 짐승인 노새(기업)에게  온갖 짐으로 부담을 주다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노새가 주저앉은 꼴”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지금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그대와 비슷하다는 느낌이며 실제 우리 경제와 기업이 처한 작금의 상황은 걱정스런 부분이 많다.    지난 시절 우리는 아시아의 4마리용으로 지칭되었다. 하지만 과연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한때 우리와 함께 비견됐던 싱가포르와 홍콩은 저 멀리 달아난 느낌이다. 우리가 여전히 국민소득 2만불 수준을 맴돌고 있는 반면 싱가포르의 경우 6만불이 넘고 홍콩 또한 5만불을 넘어섰다. 최근 여러 상황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우리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오히려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와 홍콩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투자 자율화, 과감한 규제완화 등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일례로 지난 노무현 정부시절 우리는 물류허브, 금융허브 등을 선언하고 나름 과감한 청사진도 제시했었다. 하지만 이후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구두선으로 끝난 느낌이다. 반면 당시 입지적인 여건으로 물류허브가 어렵다던 상하이는 대규모 투자를 통한 푸동항 개발로 세계 최대의 물류 허브로 변신했으며 싱가포르와 홍콩은 보란 듯이 우리가 추진하겠다고 했던 물류, 금융, 관광의 허브로 변신에 성공했다.

낙후된 서비스 산업... 규제 풀면 경쟁력 충분    안타까운 것은 충분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낙후된 서비스산업의 현주소다,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비중은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낮으며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생산성도 미국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수한 인력과 남다른 손재주를 가진 민족이다. 특히 우수한 의료수준을 감안할 때 의료관광허브로의 발전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보다 의료수준이 낙후한 태국 등도 의료관광을 통해 상당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이런 저런 규제로 의료관광을 비롯한 여러 서비스분야가 낙후 수준에 머물고 있다. 관련 규제가 적절히 해소된다면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가 바로 의료관광을 비롯한 서비스 산업이다.   이런 서비스 분야는 일자리 창출에 가장 적합한 산업 중 하나다. 최근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 사업으로 거론될 만큼 정부가 많은 관심과 예산을 투입하며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 못해 보인다. 이는 일자리가 단순히 예산을 투입한다고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일자라 창출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안목에서 계획적인 접근과 운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장의 성과에 급급해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인위적 일자리 창출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은 기본적으로 민간, 특히 기업이 중심이 되어 추진되어야 한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정부의 지출, 즉 세금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일자라 창출은 장기적으로 오히려 국민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구태의연한 접근이라 일수도 있겠지만 일자리 창출은 결국 규제개혁, 노동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고임금,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오히려 높아지는 등 우리나라의 기업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외국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망설이고 있으며 국내 대기업들은 보다 나은 경영환경을 찾아 줄줄이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기업들의 해외투자로 해외로 나가는 돈이 외국인 투자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돈의 3배에 달한다.

 글로벌 경쟁에 걸맞은 규제완화로 기업 도와야   
   이는 달리말해 우리기업들의 엄청난 일자리들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흐름은 선진국 또는 우리의 경쟁국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당장 미국은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대통령이 앞장선 대담한 외국기업 유치전략 구사, 과감한 법인세 인하 등 우리와는 판이한 정책추진을 통해 외국기업의 자국 내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하나같이 경쟁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매진하며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각국의 상황과 비견해 볼 때 우리는 뭔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오늘의 상황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바로 기업의 성장과정에서 발생했던 여러 부정적인 요인들과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반기업정서도 인정한다. 하지만 자원이 없는 절대 빈국에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약간의 무리수가 불가피했다는 측면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더욱이 우리 대기업들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들과 파나는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소유구조나 생산 기반 또한 이미 국내의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규제가 가해진다면 어떻게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일례로 공장거래법은 불공정한 거래를 축소시켜 공정한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인데 여전히 대기업에 대한 규제위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시장의 흐름과는 부합되지 않는 일련의 정책들(예를 들며 최저임금 조정,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은  결국 기업에게 예상치 못한 부담을 늘려 가격인상을 통한 소비자 부담, 기업의 해외탈출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이런 일련의 조치들이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전체적인  일자리를 오히려 줄이고 여건이 어려운 영세업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이외 최근 달라지고 있는 기업정책들과 관련해서도 그동안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 왔던 전경련으로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는 것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전경련의 미래와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씀드리겠다. 씽크탱크 등 거론되고 있는 이야기들도 운용자금 문제, 재단법인으로의 변환 등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향후 기능에 대해서도 정확이 정해진 것이 없다, 조직의 위기국면에 위기관리자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